코스타리카 축구대표팀이 브라질월드컵에서 그리스를 꺽고 8강에 진출했다.
코스타리카. 커피 생산지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던 이 나라에 주목하게 된 건 녹색평론을 읽고 나서이다. 군대가 없는 나라, 코스타리카. 그것도 이미 반 세기도 더 전에. 그러니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와 소련으로 양분된 냉전의 시대에 군대를 없앤 나라, 코스타리카.
과연, 군대가 없는 나라를 우리는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군인 세력들이 30년도 넘게 (사실상) 무력통치를 했던 나라 아닌가. 그리고 지금도 북한은 시시때때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서해상에서는 잊을 만하면 충돌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군대가 없다니!
굉장한 근본주의적인 시각에서 사회를 바라보고 성찰하게 하는 녹색평론은 얼마 전에는 기본소득으로 나를 놀라게 하더니 이번엔 군대가 없는 나라, 코스타리카를 소개하면서 다시 한 번 나를 움찔하게 했다. 그리고 코스타리카에 약간의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언젠가 꼭 한 번 가봐야지.’
지난 1월, 오랜만에 공감에 당첨이 되었다. 뮤지션은 윤영배. 그를 처음 본 건 3년 전 제천음악영화제에서였다. 장필순과 고찬용, 윤영배가 함께 나와 의림지 옆에 마련된 무대에서 공연을 했는데 장소와 매우 어울리는 공연이었고, 같이 있던 일행은 이발사 - 이발사 하며 윤영배를 응시했다. 그때 나는 윤영배가 이발사라는 걸 알았다. 우습게도 네덜란드 유학 시절 혼자 머릴 깍곤 했다고 붙여진 이름이었다. (내 아이팟에도 그의 첫 번째 ep는 이발사로, 나중 앨범은 윤영배로 리핑이 되어 있다.)
이후 윤영배를 몇 번 더 봤는데 또 한 번 잊을 수 없는 공연은 4대강 공사가 한창이던,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던 어느 여름, 양평 두물머리에서였다.
오랫동안 두물머리에서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4대강 공사의 일환으로 해당 하천부지가 공원조성계획에 포함되면서 농사를 위한 점용허가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다. 그에 맞춰 보수 일간지나 정치인들은 농사용 거름 따위가 팔당상수원으로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에 동조하는 동시에 멀쩡하게 수십 년간 농사를 짓고 있던 사람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에 반발해 두물머리 농부들은 법원에 점용허가 취소 소송을 하는 등 시위를 시작하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주말마다 그곳에 가 농사에 참여하며 그들과 함께 했고, 많은 인디밴드들이 그곳에 모여들어 지지 공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무렵이었다.
중앙선 전철을 타고 양수역에 내려 우산을 쓰고 두물머리를 향해 걸었다. 그곳 사람들의 삶은 두물머리 농부들의 투쟁이나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한 듯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어딜 가나, 대체로 삶의 모습이 그렇듯.
멀지 않았다. 여러 생각에 빠져 있어서 그런지 금세 여기저기 난도질 당한 듯 철거된 비닐하우스가 시야에 들어왔다.
비로 진흙탕이 된 비포장 농로를 이리저리 고여 있는 물웅덩이를 피해 걸으며 폐허가 된 두물머리 농지 일대를 둘러보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떠난 듯 대부분의 비닐하우스가 버려진 듯 방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몇몇 곳에서는 밥도 지어 먹고, 여전히 농사를 이어가는 듯 생기가 있었다. 두 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끝에 다다르자 내리는 비와 흐린 날씨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한결 짙게 느껴졌다. 빗소릴 들으며, 하염없이 드넓은 강 위로 떨어지는 비를 보며 희망에 닿지 못한 내 부정의 의식을 경계했다. 이곳은 두물머리다. 이곳 덕분에 유기농대회도 열릴 수 있게 된 거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강력한 규제가 유기농을 태동하게 한 것이다. 20여 년 전 쿠바의 유기농이 그랬듯.
많지는 않지만, 그리고 비록 작지만 목소리와 발길이 모이고 있었다. 공연은 어느 비닐하우스 안에서 열렸다. 봄눈별의 공연이 끝나고 윤영배와 같이 온 이상순이 함께 무대(라고 할 건 없지만)에 올랐다. 두 사람이 기타를 잡고 몇 곡을 연주하고 나서 말 없는 이상순 대신 윤영배가 몇 마디 말을 했다. 그는 늘 짧게, 앞뒤 없이 말을 한다. 그때 그가 녹색평론 얘길 했다. 다른 말 없이 “녹색평론 보시는 분?”이라고 짧게. 그러면서 나를 포함한 몇몇이 손을 들자, 반가워 하는 눈빛을 보이며 참 좋은 잡지니 많이들 보시라는 말만 했다. 그리고 연주를 이어갔다. 여전히 비는 내렸고 공연을 마친 그들은 비닐하우스 입구 쪽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많지는 않지만, 그리고 비록 작지만 목소리와 발길이 모이고 있었다. 공연은 어느 비닐하우스 안에서 열렸다. 봄눈별의 공연이 끝나고 윤영배와 같이 온 이상순이 함께 무대(라고 할 건 없지만)에 올랐다. 두 사람이 기타를 잡고 몇 곡을 연주하고 나서 말 없는 이상순 대신 윤영배가 몇 마디 말을 했다. 그는 늘 짧게, 앞뒤 없이 말을 한다. 그때 그가 녹색평론 얘길 했다. 다른 말 없이 “녹색평론 보시는 분?”이라고 짧게. 그러면서 나를 포함한 몇몇이 손을 들자, 반가워 하는 눈빛을 보이며 참 좋은 잡지니 많이들 보시라는 말만 했다. 그리고 연주를 이어갔다. 여전히 비는 내렸고 공연을 마친 그들은 비닐하우스 입구 쪽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몇 년 만에 공감 무대에서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새 앨범 <위험한 세계>를 위한 무대였다. 함께 간 지인과 수다를 떠느라 늦게 입장을 해서 측면 자리에 앉아 그의 옆모습만 내내 보았는데, 그때에도 그는 자신 특유의 스타일로 몇 차례 말을 했고, 앵콜 곡까지 마친 그는 무대를 내려가다 멈칫하며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서는, “군대 없는 나라, 라고 들어봤어요? 그런 나라가 있어요.”하며 은근한 웃음을 짓고는 사라졌다.
어쨌든 군대 없는 나라 코스타리카가 브라질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 선전을 기원하며 '언젠간 꼭 가봐야지', 다시 한 번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