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0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2023)

"속도는 기분을 좋게 해주는 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속도에 빠지는 건 그게 좋기 때문이기도 하잖아요. 온 세상과 연결되었다고 느끼고, 어느 주제에 관해 무엇이든 알아내고 배울 수 있다고 느끼게 되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노출되는 정보량의 엄청난 팽창과 정보가 들이닥치는 속도를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다. "점점 진이 빠지게 됩니다." 수네가 말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모든 차원에서 깊이를 희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깊이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깊이는 사색을 요구해요. 모든 것을 다 따라잡아야 하고 늘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면 깊이를 가질 시간이 없어져요. 관계에서의 깊이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에너지가 필요해요.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죠. 거기에 전념해야 해요. 주의력도 필요하고요. 깊이를 요구하는 모든 것이 악화되고 있어요. 그게 우리를 점점 더 표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고요." (52쪽)

 

일상 속에서 우리 다수는 그저 쓰러짐으로써 산만함에서 벗어나려 한다. 텔레비전 앞에 드러누움으로써 하루치의 과부하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직 휴식으로만 산만함에서 도망친다면, 본인이 애써서 추구하는 긍정적인 목표로 산만함을 대체하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산만함으로 이끌릴 것이다. 산만함에서 벗어나는 더욱 강력한 방법은 자신만의 몰입을 찾는 것이다. (92쪽)


독서는 "바깥을 향한 관심과 내면을 향한 관심을 결합하는 방법"이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한다. 레이먼드는 그때 우리가 "다양한 인물과 그들의 동기, 목표를 이해하려 애쓰고, 그런 다양한 요소를 따라가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일종의 연습입니다. 그때 아마 사람들은 현실에서 실제 인물을 이해하려 할 때와 똑같은 인지 과정을 사용할 겁니다."(135-136쪽) 


우리는 딴생각 중에 천천히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 ...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분명히 개별 단어와 문장에 집중하지만, 정신의 작은 일부는 언제나 배회하고 있다. 우리는 이 단어들이 자기 삶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생각한다. ... 이것은 독서에서의 결함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독서다. 지금 정신이 배회하게 두지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이해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방황할 정신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독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삶도 그렇다. 딴생각은 상황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조너선은 내게 "딴생각을 하지 못하면 다른 수많은 것들이 사라질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딴생각을 많이 할수록 더욱 체계적인 목표를 세우고 더 창의적이며, 끈기 있는 장기적 결정을 더 잘 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신이 표류하면서 천천히 무의식적으로 삶을 이해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147-148쪽) 


"기술의 목적이 뭘까? 우리는 왜 기술을 만들까? 우리가 기술을 만드는 이유는 기술이 우리 안의 가장 인간적인 면을 끌어내 확장하기 때문이야. 그게 붓의 목적이야. 첼로도 그렇고, 언어도 그래. 이 기술들은 전부 우리 안의 어떤 면을 넓혀줘. 기술은 우리를 초인으로 만들어주는 게 아냐. 우리를 더욱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주는 거지." (184쪽)


안타깝게도 인간의 행동에는 기이한 특성이 하나 있다. 대체로 우리는 긍정적이고 잔잔한 것보다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훨씬 오래 바라본다. (203쪽)


많은 사람이 많은 시간을 분노하는 데 쓰면 문화가 바뀌기 시작한다. 트리스탄이 말했듯이, 이러한 현상은 '증오를 습관화'한다. 증오가 우리 사회의 뼈대에 스며드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내가 10대였던 때 영국에서 열 살인 두 어린이가 막 걸음마를 뗀 제이미 벌저Jamie Bulger라는 유아를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가 발생했다. 이에 당시 보수당 총리였던 존 메이저John Major는 우리가 "비난은 조금 더 많이, 이해는 조금 더 적게" 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 발언했다. 14살이었던 내가 총리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난다. 악랄한 행동일지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언제나 더 낫다. (204-205쪽)


그의 말에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었고, 한동안 나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확실히 니르의 접근법은 기술 기업이 집중력 문제에서 우리가 택하기를 바라는 접근법과 비슷하다. 기업들은 더 이상 이 문제를 부인할 수 없으므로 다른 방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자신들이 아닌 여러분과 내가 자제력을 더 발휘해서 해결해야 하는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도록 우리를 슬며시 떠밀고 있는 것이다. (229쪽)


이 책의 자료 조사를 하는 내내, 집중력 위기의 구조적 특징을 명심하려고 애썼다. 우리는 극도로 개인주의적인 문화에 살고 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문제를 개인적 실패로 받아들이고 개인적 해결책을 찾으라고 끊임없이 압박받는다. 집중할 수 없는가? 과체중인가? 가난한가? 우울한가? 이러한 문화에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도록 배웠다. 그렇다면 그건 내 잘못이야. 힘을 내서 이 문제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알아서 찾았어야 해. (326쪽) 


"핵심은, 현재 기술의 작동 방식대로 시간을 보내고 결정을 내리는 걸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넘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그 사이의 골짜기를 지나야 하니까요. 그게 바로 규제의 역할입니다. 골짜기를 더 쉽게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요. 하지만 저 너머의 산은 훨씬훨씬 아름답습니다." (253쪽)


조부모님에게서 나에 이르기까지 두 세대가 지나는 동안 인간 삶의 가장 기본 요소 중 하나, 바로 우리 몸의 연료인 음식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내가 인터뷰한 전 세계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허리둘레와 심장에 나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지만, 또 다른 핵심 영향, 즉 음식의 변화가 우리 집중력의 상당 부분을 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다들 등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310쪽) 


인덱스를 한 부분은 더 많지만 이 정도만 기록해둔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집중력을 얼마나 좁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주변에 은근히 권하고 싶은 책, 한 권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