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좋지 않아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얼추 이십 년은 되었을 것이다.
집에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집을 비워내느라 분주하다. 옷방에 있는 '오래된' 서랍장을 들어내고, 오래된 옷들은 헌옷함에 넣을 것과 구분한 뒤 시골에 내려보내기 위해 커다란 캐리어에 담는다. 그리고 이 집으로 들어온 뒤 처음 잠시 동안 쓰다가 지금은 보일러 밸브도 잠근 채 차갑게 식어 있는 작은방으로 간다. 그곳엔, 역시나 '오래된' 싱글 침대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누나집에서 독립을 할 때 가족들 모두가 버리라고 했던 그 침대, 적어도 이십 년도 더 됐을 나의 '오래된' 침대. 이불과 커버를 벗기니, 모두가 그렇게 버리라고 한 게 마치 진실로 둔갑이라도 한 듯, 매트리스가 활처럼 휘어있다. 그런데 나는 왜 전혀 느끼지 못했을까. 스프링이 제모습으로 돌아갈 힘을 잃은 듯, 가운데가 약간 접혀있는 매트리스를 들어내고, 프레임의 나사를 풀어 한쪽 벽에 가지런히 기대어 둔다.
그러고 보니, 집에 새 손님, 그러니까 나의 반려자를 맞기 위해 비우려고 시도했던 것들은 정말 오랫동안 내 곁에 머무르며 함께하던 것들이다. 그렇다고 이걸 정이라고 명명하기에는 어색하고, 하지만 왠지 허전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내 삶의 낡고 닳은 두터운 내용 없는 페이지가 닫히려고 하는 지금, 오늘, 이천십오년 삼월 이십칠일,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