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경쟁'은 곧 '방패의 경쟁'을 수반했다. 어쩌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 상대방의 핵미사일이 내 땅에 떨어지면 수백만 명이 몰살당할 수 있다. 그래서 그걸 중간에 요격하는 방패를 갖겠다는 건 '자기 보호 본능'의 발동이었다. 하지만 존 F. 케네디 행정부는 곧 MD의 한계를 간파했다. 'MD 구축은 안보에 보탬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이 군사력을 아무리 강화시켜도 국가안보는 계속 악화된다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만든다."는 점을 꿰뚫어 본 것이다.
_정욱식, <사드의 모든 것> 26쪽, 유리창, 2017
모순矛盾이라는 중국 고사가 절로 떠오른다. 말 그대로 '창과 방패'를 의미한다. 유래는 이렇다. 초나라의 한 장사꾼이 저잣거리에 창과 방패를 갖다 놓고는 "여기 이 방패는 어찌나 견고한지 제아무리 날카로운 창이라도 막아낼 수 있습죠."라고 말하고, "여기 이 창은 어찌나 날카로운지 꿰뚫지 못하는 방패가 없습죠."라고 했다. 그러자 한 구경꾼이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 거요?"라고 묻자, 장사꾼은 아무 대답도 못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이 '장사꾼'은 세계 최대의 무기판매국 미국의 모습과 흡사하다. 한편으로는 각종 공격용 무기들을 팔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사일은 막으라고 MD를 팔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는 '구경꾼'보다도 모자라다. 사드의 성능을 묻기는커녕 '장사꾼'보다 사드의 성능을 과장하기에 바쁘다.
_같은 책 36쪽
부시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지 15년이 흘렀다. 이 사이에 부시의 말은 씨가 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를 장착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미국까지 다다를 것"이라는 부시 행정부의 과장된 주장이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MD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에 대한 집착을 다시 호출하고 말았던 것이다. 반대로 북한 정권의 이들 무기에 대한 집착은 MD라는 괴물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MD와 북핵의 적대적 동반성장이다. 이러한 추세는 오늘날 더 빨라지고 있다. 사드가 대표적이다. 이 악역의 고리를 어떻게 끊느냐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관건인 것이다.
_같은 책 83쪽
대체로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슈'들은, 그것이 특히 안보와 관련이 있을 경우 더더욱, 논쟁의 굴레에서 다뤄지지 못 한다. 막무가내식의 주장과 상대를 자극하는 언어의 혼탁의 장일 뿐. 사드 자체로도 충분한 논쟁거리가 되지만, 그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러니 저자의 말처럼 "사드라는 '나무'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MD라는 '숲'"을 보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