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모음>
- 수원시, 2029년까지 '팔달문 성곽잇기 사업' 토지매입, 보상 진행
- "헐값에 넘기라니 말이 됩니까"... '팔달문 성곽잇기' 보상 갈등
- 시세보다 60% 낮은 공시지가... 팔달문 일대 토지주 "납득 못해"
- 수원시 "이해당사자들과 대화로 합의점 찾겠다"
<고은문학관 기사 모음>
<신풍초 철거 기사모음>
<기사 모음>
<고은문학관 기사 모음>
<신풍초 철거 기사모음>
루이스 바라간이 그랬던 것처럼 공사 중에 무언가를 바꿀 필요를 느끼십니까?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현장을 수없이 살펴볼 수 있었고 그래야 했습니다. 또한 시공자와 건축주는 최상의 결과물을 얻고 싶어했습니다. 그 어느 것도 한 발 한 발 공간을 발전시켜 나간 경험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 발견이 있었기에 공간들 사이의 관계가 변하기보다는 깊어진다는 걸 내다볼 수 있죠. 요즘 늘 괴로운 이유는 그러한 발견이 점점 더 어려워져 가기 때문이죠. 미리 정해져서 더 이상 손 볼 수 없는 건축의 상세 도면들이 비록 중요시되고 있지만 조금씩 얻게 되는 풍부함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수준에 도달하려면 사전에 엄격한 통제를 해야 하고 건축의 상세 도면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며 전체 일정도 잘 지켜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과정이 작업을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기 때문이죠. 이처럼 사전에 통제하지 않는다면 새롭게 뭔가를 발견하거나 경험하는 일은 어려울 겁니다. 오늘날 작업 구조에서 그렇게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다 지난 세대의 건축과 비교해 보면 작업은 빈약하기까지 합니다.여기 그러한 기회가 저에게 있었습니다. 건축의 상세 도면들을 고쳤으며 창문을 열어젖혔고 높이를 높이거나 지붕을 낮추는 등의 실험을 현장에서 실제 크기로 시도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런 시도를 할 수 없다면 우린 건축의 한 부분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207쪽)
부모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은 그 자체로 교육적이다. 아이들은 가장 가까이에서 부모의 모습을 통해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부모가 자신을 위해 공부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활기찬 삶을 사는 모습이 어떤 교육보다 더 가치 있는 가르침이 된다.학부모 면담에서 자녀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 엄마를 만난 적이 있다. 오랫동안 관심 있었던 일을 시작하기 위해 작은 일부터 시도해보는 중이라고 했다. "아이는 자기 인생을 잘 찾아갈 테니 저는 이제 제 꿈을 향해 나아가려고요." 왠지 모르게 뭉클했다.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일은 부모에게도 중요한 듯하다.
_ 민들레 148호 '아이의 독립, 부모의 독립' 중에서
<새로운 가난이 온다> 질문과 요약
'살아간다'는 건 우연을 내 인생의 이야기 속으로 녹여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면 우연이란 '나'가 있기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행운과 불운이 그 모습을 달리하는 게 인간의 우연한 삶이다. 결국 우리에게는 삶에서 일어나는 온갖 우연한 일들을 내 인생으로 끌어들여 녹여낼 수 있느냐, 그러지 못하고 안이하게 외부의 스토리에 내 인생을 내어주고마느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 우연을 '나'의 인생으로 녹여낼 수 있는 사람은 모든 우연에서 새로운 시작을 발견한다. 미야노가 모임에서 한 번 만났을 뿐인 이소노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태도에서 비롯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언제라도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설사 죽음의 선고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262쪽)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영혼은 늙게 태어나 시간이 갈수록 어려지는데 이것이 인생의 희극이다. 반면에 육체는 어리게 태어나 점점 더 늙어가니 이것이 인생의 비극이다. (145쪽)
통조림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사실 겉에 붙은 라벨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야. 누군가에 대해 말할 때도 그의 본성이 아니라 드러난 태도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과거는 밀봉된 채 선반 위에 올려놓은 통조림과 같아. 그래서 우리는 라벨만 보며 얘기하는 거지. 하지만 거기 통조림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아무도 몰라. (78-79쪽)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조지 오웰이 광부들의 세계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을 제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거, 기억납니까? 그 세계는 우리가 디디고 선 이 땅의 아래에 있습니다. 지상의 사람들은 몰라도 되는 세계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는 세계는 아닙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광부들의 세계는 존재합니다. 조지 오웰에게 소설가란 이 두 세계 사이를 넘나드는 존재입니다. 비유하자면 소설가는 마르고 젖은 존재인 셈이죠. 소설가는 몰라도 되는 세계를 인식함으로써 그 세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니 글쓰기는 인식이며, 인식은 창조의 본질인 셈입니다. 그리고 창조는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에서만 나옵니다. 조지 오웰이 광부들의 세계에 대해 말한 것도 다정함 때문입니다. 타인에게 이유 없이 다정할 때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지금까지의 삶의 플롯이 바뀝니다. 그러면 지금 이 순간 가능성으로만 숨어 있던 발밑의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깨어나는 경험이 없었다면 저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비록 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았지만, 제 뒤에 오는 사람들은 지금 쓰러져 울고 있는 땅 아래에 자신이 모르는 가능성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 세계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만으로 말입니다. 제가 소설을 쓰고 출판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113-114쪽)
언젠가 시각장애의 본질은 보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나이듦의 본질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감각능력이 점점 멀어지는 것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타인의 감각 대상에서 멀어진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감각 대상에서 멀어지면 모든 존재는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136쪽)
그 섬의 여름은 끈질겨서 9월이 지나도 한없이 늘어진다. 그렇긴 해도 빛이 성기어지는 어스름이면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한층 시원해졌다. 이미 떠나왔음에도 나는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마음이 흔들렸다. 나는 왜 이런 것일까, 떠나온 뒤에도 왜 또 이다지도 떠나고 싶은 것일까... (213쪽)
"다르게 말하면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 그리고 그 사실을 제가 알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저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영향을 받은 만큼 그 사건이나 죽은 아이들의 의미도 달라질 테고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책임감이에요. 그 사건에 기꺼이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주겠다는 것." (236쪽)
"밤하늘을 관찰하는 태도를 학생들이 잊지 않도록, 어쩌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려주기 위해 그 선생님은 그런 사진을 우리에게 찍어주신 게 아니었을까요?" (239쪽)
무일푼이었지만 그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연을 가지고 있었다. 욕망에 대답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돌보는 사람이 되면서 세상 사람들이 가난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에게는 풍요로운 삶이 됐다. (247쪽)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 앞에서 생각은 제멋대로 오간다. 스스로 맥박치며 움직이는 혈관이나 내장과 같아 어떤 생각은 내 의도와 무관하게 저절로 생겨났다가 저절로 사라진다. 이제는 그 사실을 잘 알게 됐지만, 어릴 때만 해도 나는 내 안에서 스스로 생겨나는 생각이 두려웠다. 내가 그 생각의 주인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그리고 그런 생각이 영영 사라지지 않을까봐, 또 그 생각들이 현실이 될까봐.
그런 생각 중 하나가 바로 엄마가 죽는 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 도대체 그런 생각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럴 때면 엄마가 없는 세상을 상상했다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들었다. (252-253쪽)
오랫동안 나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57쪽)
우리는 저절로 아름답다. 뭔가 쓰려고 펜을 들었다가 그대로 멈추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 채, 다만 우리 앞에 펼쳐지는 세계를 바라볼 때, 지금 이 순간은 완벽하다.
이게 우리에게 단 하나뿐인 세계라는 게 믿어지는가? 이것은 완벽한, 단 하나의 세계다.
이런 세계 속에서는 우리 역시 저절로 아름다워진다. 생각의 쓸모는 점점 줄어들고, 심장의 박동은 낱낱이 느껴지고, 오직 모를 뿐인데도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255-256쪽)
'살아간다'는 건 우연을 내 인생의 이야기 속으로 녹여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자면 우연이란 '나'가 있기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행운과 불운이 그 모습을 달리하는 게 인간의 우연한 삶이다. 결국 우리에게는 삶에서 일어나는 온갖 우연한 일들을 내 인생으로 끌어들여 녹여낼 수 있느냐, 그러지 못하고 안이하게 외부의 스토리에 내 인생을 내어주고마느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우연을 '나'의 인생으로 녹여낼 수 있는 사람은 모든 우연에서 새로운 시작을 발견한다. 미야노가 모임에서 한 번 만났을 뿐인 이소노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었떤 것은 이런 태도에서 비롯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언제라도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설사 죽음의 선고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262쪽)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 (265쪽)
작년에 나온 '이토록 평범한 미래'도 좋았는데, 이 소설집은 더 좋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증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걸까요? 신학에서 볼 수 있듯, 인간은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을 믿음belief으로 대체하기 때문이에요. 증명은 두뇌의 활동에 바탕을 두고 있죠. 그렇다면 믿음은 두뇌로 하는 것일까요, 마음으로 하는 것일까요? 이런 것들을 '만약 ~라면, ~이다'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기계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요? 쉽게 말해 기계에게 '마음'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할까요? 과학적으로 '마음'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논란인 상황에서 말이죠. / 게다가, 수많은 철학자들이 지적해 왔듯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시간'의 존재예요. 인간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이 세계를 향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시간의 제약'을 받는 존재, 즉 유한하며 사멸하는 존재라는 데 있어요. 한나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1958)에서 명확히 들려주듯, 인간이 누군가의 탄생을 기뻐하는 이유 역시 인간이 궁극적으로 사멸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47쪽)
하지만 그 변화의 흐름이 구조적인 것이라면 그 변화가 무엇인지 실체를 파악하고 그것에 적응함과 동시에, 그 변화가 만들어 낼 위험이 어떤 것인지 예측하여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겠죠. (68쪽)
이것이야말로 내가 우리 사회에 살며 가장 근본적으로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더 깊이 잠수하지 못하고 표면에서만 허우적거린다.
매일매일 슬픈 것을 본다. 매일매일 얼굴을 씻는다. 모르는 사이 피어나는 꽃. 나는 꽃을 모르고 꽃도 나를 모르겠지. 우리는 우리만의 입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모르는 사이 사라지는 꽃. 꽃들은 자꾸만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그 거리에서 너는 희미하게 서 있었다. 감정이 있는 무언가가 될 때까지. 굳건함이란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오래 믿는다는 뜻인가. 꽃이 있던 자리에는 무성한 녹색의 잎. 녹색의 잎이 사라지면 녹색의 빈 가지가. 잊는다는 것은 잃는다는 것인가. 잃는다는 것은 원래 자리로 되돌려 준다는 것인가. 흙으로 돌아가듯 잿빛에 기대어 섰을 때 사물은 제 목소리를 내듯 흑백을 뒤집어썼다. 내가 죽으면 사물도 죽는다. 내가 끝나면 사물도 끝난다. 다시 멀어지는 것은 꽃인가 나인가. 다시 다가오는 것은 나인가 바람인가.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꽃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다. 이제 우리는 영영 아프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영영 슬프게 되었다.
_ 이제니
-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소아(김한민)
-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인상과 풍경, 시전집
- 처음 만나는 스페인 이야기 37(이강혁), 아워 리스본 포르투(조인숙), 바르셀로나(아뜰리에15구), 포르투갈 시간이 머무는 곳(최경화)
- 안토니 가우디 아름다움을 건축한 수도자(손세관)
- 마로니에북스: 살바도르 달리, 안토니 가우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