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2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_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13쪽, 문학동네, 2021. 


작년이었나,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심채경의 이 글이 너무 좋아서 책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버스에 올라 좌석에 앉으면 우선 유리창을 단단히 가리고 있는 블라인드부터 올린다. 그러고는 가방을 열어 책을 집어든다. 요즘은 대체로 시집이나 천문학 관련 책을 읽는다. 이명현의 책을 읽은 후부터는 그렇게 됐다. 메리 올리버도 좋았고 김소연도 좋았다. 심채경의 글도 더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초승달은 해를 바짝 뒤쫓느라 초저녁에나 잠시 보였다가 이내 지평선 아래로 가버린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달은 차오르고, 뜨고 지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진다. 오후에 반달이 보인다면 해와 한참 떨어진 동남쪽이다. 오른손 방향으로 볼록한 상현달이다. 보름이면 서쪽으로 해가 질 무렵에야 동쪽에 달이 떠오른다. 보름달은 해가 없는 동안 내내 밤을 지키다 해 뜰 무렵 서쪽으로 진다. 달이 뜨고 지는 시간은 매일 대략 50분씩 늦어진다. 보름에서 며칠이 지나 이제 한쪽만 볼록한 하현달은 한밤중에야 잠깐 떴다가 낮에 진다. 오전에 서쪽에 뜬 반달이 하현달이다. 며칠이 더 지나 그믐달 무렵이 되면, 새벽녘에야 달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고는 곧 해가 올라오니 낮 동안 보이지 않는다. 초승달은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상현달과 보름달도 꽤나 사랑받는다. 그러나 밤하늘에 하현달이 보이는 때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한다. 그믐달은 밤을 꼴딱 샌 사람들, 혹은 한밤중에 일어나 태양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보는 그런 달이다. 

_같은 책 1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