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반. 잠에서 깼는데
커튼 너머로 아침의 여명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있었다.
커튼을 걷고, 거실의 덧창도 활짝 열어젖혔다.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 등 뒤에서 떠오르려는 태양이 하늘은 조금씩 밝게,
한라산 주위로 이어지는 능선은 더욱 선명하게 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여명이다.
간간이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
벌써 제주에 닿으려고 하는 항공기들이 드문드문, 여명의 분위기를 더했다.
아침의 신비로운 여명은 부지런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
게으른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모슬포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날씨가 어찌나 좋은지
쾌한 날씨와 넉넉한 햇빛에 비친 제주의 모습이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게 하지 않아
일단 송악산 둘레를 산책하기로 하고 해변을 따라 차를 몰았다.
내내 시선에 잡히는 송악산과 한라산, 그리고
푸른 하늘은 매순간 가슴을 벅차게 했다.
하지만 송악산으로 믿고 있던 산은 알고 보니 산방산이었다.
비양도에 그 무엇이 시선을 끄는 경우는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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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말죽 한 그릇을 먹고, 비양도 섬 한 바퀴 산책을 했다.
제 머리를 드러내지 않은 한라산은 신비로워 보였고,
수평선과 높이를 같이 하는 해안가에서 시나브로 오르기 시작해
중산간을 지나 여럿 오름을 거쳐 한라봉에 이르기까지의 아름다운 모습은
왜 제주섬 전체를 한라산이라 해도 무방한지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몸은 비양도에 있었지만 시선은 제주본섬에 머무르며 산책을 이어갔다.
과연 그런 걸까,
사람도 한 발 물러서서 보았을 때 좀 더 잘 볼 수 있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