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5

가장 먼 여행




점점 게을러지는 기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머뭇거리는 미련. 






작고 작은 섬,
웨노는 석양이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곳의 석양이 무엇보다 아름다울 수 있었던 건,
웨노에 머물렀던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오직 단 한 번만 볼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석양보다 더 잊혀지지 않는 건,
산호섬에서 맞이하는 우렁찬 파도소리였다. 
파도소리 가까이 나가보았다. 
저 파도소리는 이천 미터가 넘는 심해를
품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본격적인 삶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암동으로 달려가 오래전부터 마음 먹었던
樹話의 판화 한 점을 구입했다.

여름, 태양



樹話 김환기, 1913~1974



"무슨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하튼 호적의 이름이 싫어서 
나도 따로 내 이름을 하나 갖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글자를 모아 놓고 거기서 
나무 '樹'자를 얻기는 했으나 '樹'자 밑에 붙일 글자는
좀처럼 얻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樹'자 하나만 붙일까도 했으나 
여보게, '樹'하고 부를 경우에는 아주 틀려 먹었다. 
여하간 확실한 기억은 없으나 말씀 '話'자를 생각해 낸 것은 
'樹'자를 발견하고 나서 한참 후인 것 같다. 
'樹話'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시각적으로나 청음적으로나 
내딴에는 정통으로 들어맞았다고 생각돼서 
그땐 혼자서 약간 기뻐했던 것 같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환기미술관 







봄이 되니, 
길상사에도 연등 꽃이 피고 






나는 봄을 잊지 않기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지리산에 갔다.







우리의 주말엔 어느덧 산책이 자릴 잡아,
낙산에도 가고






정릉에도 간다.







그런데 대체 우리는 언제 이사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