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30

푸코는 기존의 역사학이 과거를 역사적 연속성의 선형적 질서로 재단함으로써 과거를 현재의 이해관계에 종속시키는 이데올로기적 폭력을 행사해왔다고 비판하고 시기마다 분절된 단층을 파내려 가는 고고학을 모델로 삼아 역사적 불연속성에 주목하는 대안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푸코적 의미의 고고학적 탐구는 무엇보다 특정한 공간과 시간의 균일적이지 않은 관계망을 발굴해냄으로써 시공간이 일체가 된 과거의 원형을 '객관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는 역사학적-역사주의적 통념을 해체한다.  
꿈마루는 클럽하우스의 건축적 구조뿐만 아니라 근대건축의 근간을 이루는 텍토닉 원리를 명징하게 가시화한다. 프로이센 궁정건축가 싱켈이 전형적으로 보여주었듯 신고전주의에서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근(현)대건축은 분명 권력지향적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기능적 합리성과 꽉 짜인 통일성의 강조는 규율과 통제라는 정치적 원리에 부합했다. 서울 컨트리클럽하우스가 구현한 모더니즘은 그 시대적 조건만큼이나 권력지향적이고 폐쇄적이었다. 꿈마루는 클럽하우스를 관통하는 텍토닉 원리를 극적으로 가시화함으로써 건축함에 대한 새로운 기억과 성찰을 고무한다. 꿈마루는 건물 그 자체가 고고학적 탐구이며 근대적 시공간질서를 파헤치는 삽자루 같은 기억이다. 기억을 통한 공간의 생산은 공간을 특정하게 자리매김하고 차별화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권력의 요구에 부합하지만, 꿈마루의 경우처럼 기억이 오히려 그러한 차별화에 물음을 던지며 비판적 성찰을 자극하게 될 때는 필연적으로 권력의 요구와 어긋날 수밖에 없다. 권력이 생산한 모더니즘의 유토피아가 색다른 방식의 기억을 통해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_전진성,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 636쪽·637-638쪽, 천년의상상,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