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06

청명과 한식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을 한식(寒食)이라 하는데, 이날은 종묘와 능원에 제향(祭享)을 지내는 날로 절기와 관계없이 성묘를 하는 하나의 명절로 여겨왔다. 반면 청명은 1년 24절기의 하나로, 동지에서부터 한 절기씩 나누어 가다 보면 한식과 서로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엄연히 다른 날이다.
청명(淸明)은 봄이다. 그래서 봄에 피어나는 싹이나 꽃들이 한창인 것을 알 수 있다. 진달래와 목련은 꽃을 떼어낸 지 벌써 오래고, 개나리도 꽃을 피운다. 앵두나무의 하얀 꽃과 조팝나무의 작은 꽃들은 일시에 피어나서 우리를 기쁘게 한다. 외래종 민들레와 토종 민들레도 순서를 다투며 피어나고, 제비꽃과 꽃다지꽃, 양지꽃, 할미꽃, 그런가 하면 이른 봄에 먹었던 달래는 지천으로 하얀 꽃을 피워내니 작은 메밀밭을 연상케 한다. 바야흐로 봄의 절정에 와 있는 것이다.
원래 찬밥을 먹는 날은 한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청명이나 한식 때에는 아직 잡풀이 자라지 않아 마른 바람이 불어오므로 불이 나기 쉬운 계절이다. 따라서 나무를 심거나 묘를 손보는 사람들은 찬밥을 먹어 산불을 예방하는 때이기도 하다. 
한호철, <24절기 이야기> 92-94쪽, 지식과교양, 2016



춘분이 지나면 완연한 봄이지만 아직 아침 저녁에는 약간의 찬 기운이 남아 있다. 영상의 날씨로 확실하게 돌아섰지만 아침에는 영상 3-5도로 쌀쌀하다. 그러나 낮에는 10-15도 정도 되어 일교차가 꽤 크다. 게다가 입춘이 설날 전에 오면 봄 추위가 길어져 춘분이 지나도 꽃샘추위가 올 수 있다. 그래서 발아가 금방 되는 채소 종자를 춘분에 바로 심으면 싹이 나왔을 때 마지막 꽃샘추위에 냉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청명 즈음해서 음력으로 중요한 날이 있다. 삼짇날이다. 음력 3월 3일은 양의 날이 겹쳐서 아주 길한 날로 여겨왔다. 작년 9월 9일 강남으로 돌아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다. 삼짇날은 원래 음력 3월 들어 첫 번째로 오는 뱀날(상사일上巳日)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날이 따뜻해 뱀도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이라 이날 뱀을 보면 재수 좋다고 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재수 없다고 하는 데도 있다. 어쨌든 삼짇날이 되면 완연한 봄기운이 온 세상에 가득하여 봄꽃 구경하러 나들이 가는 날이기도 하다. 진달래꽃 따다 화전 부쳐 먹고, 양지 바른 곳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어린 쑥을 뜯어다 쑥버무리를 해먹는다. 청명이 되면 이제 안심하고 무엇이든 파종하는 날이니 화사한 봄꽃에 마음 들뜨기도 하지만 부지런히 몸을 놀려 농사에 매달려야 한다. 
안철환, <24절기와 농부의 달력> 136쪽, 139쪽, 소나무, 2011 


그런데, 
미세먼지에 신음해야 하는 청명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