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으로 가기 위해 공항전철에 탑승했다. 여행을 떠나는 가볍고 설레는 마음과는 별도로 기분이 대체로 우울하다. 그건 직접적으로 아침마다 받아보는 일간지 때문인데 그곳엔 대부분 우울한 소식들로 가득했다.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에) 아무 대책 없는 부동산담보대출 및 소득기준대출제한완화에 이어 2 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전세 과세 후퇴, 앞서 발표된 임대수익자들에 대한 과세 후퇴, 이스라엘의 멈추지 않는 팔레스타인 공습, 무책임한 광역버스 입석 금지 그리고 뒤이은 요금 인상 검토, 어제 광주에서 일어난 헬기 추락 사고에 따른 5명 사망, 어차피 일몰일 게 뻔한 관세화를 앞세운 쌀 시장 전면 개방…
4시 반쯤, 알람 소리에 깼더니 별안간 천둥번개가 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장마전선이 드디어 북상했나 보군, 하는 생각으로 창밖을 봤더니 마른 하늘이다. 새벽의 여명에 힘입어 여전히 짙은 구름은 멀리 남산을 압도했고 천둥번개와는 무관하다는 듯 드문드문 행인이 눈에 띄었다. 씻고 팀버랜드 모자를 찾고 남은 짐을 꾸리니 시간이 알맞았다. 커피는 못 내렸다. 우산을 가져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등산화만 챙겨 집을 나섰다.
162번 버스를 타고 이른 아침의 적막에 때때로 천둥번개가 번쩍 쿵쾅하는 분위기를 뚫고 서울역으로 갔다. 다행히 서울역에 내렸을 때에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신문으로 낮게 얼룩진 기분은 無를 만나면 금세 사라져 버리겠지만 이런 사라지는 감각의 희석 때문에 세상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정신을 차리자. 나도 그리고 모두도.
2014. 7. 18. 공항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