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6

아침 산책,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에서의 아침 산책

안도와 제주의 담을 잇는 정낭


상대적인 시간의 법칙에 따라 제주에서의 시간이 쏜살같이 달아나고 있다. 오늘은 일요일. 내일이면 3박 4일의 일정 모두 끝이 난다. 
아침이다. 배고픈 상태에서 느긋하게 아침 산책을 했고 안도 타다오가 디자인한 건축물 두 개를 보고 왔다. 그리고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자연, 성산 일출봉을 마주했다. 고희범의 책에 따르면, 성산 일출봉은 지금도 침식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제 모습을 잃고 완전히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터. 하지만 그토록 오랜 시간은 성산 일출봉뿐만 아니라 우릴 둘러싼 세계를 모두 변화시키기에도 충분한 시간일 것이다. 
갑자기 엊그제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일어난 민항기 추격 사건이 생각난다. 현재까지 밝혀진 상황으로 보건데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인데, 하긴 단순히 수많은 인명이 살상된 것으로 따지자면 지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 또한 같은 맥락일 것이다. 끔찍한 무력 분쟁의 끝은 결국 무수한 관련 없는 사람들의 희생만 자초할 뿐이다. 친 러시아 파이자 현 우크라이나 정부 반군 세력이 미사일로 추격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민항기 사건은 너무나도 뚜렷한 예이다. 과연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무슨 낯으로 민주주의를 말하고 평화를 논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이다. 우리의 삶 자체가 그렇다. 
어제보다 흐린 날씨는 이곳 섭지코지에서 가까운 성산 일출봉을 보기에는 괜찮지만 어제의 한라산은 온데간데 없다. 하지만 아침을 걷는 기분은 언제나처럼 흐뭇했다.





2014.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