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3

오전 8시 16분, 일본 상공

휙휙 소리를 내며, 빙글빙글 돌면서, 폭탄이 B-29 폭격기에서 떨어지는 데 43초가 걸렸다. 투하되는 순간에 폭탄 중간쯤에 나 있는 작은 구멍으로 전선이 끌려 나왔다. 전선이 1차 기폭장치의 시계 스위치를 켰다. 폭탄의 검은 강철 케이스 뒤쪽에 작은 구멍이 더 많이 나 있었고, 자유 낙하가 진행되는 동안 이 구멍으로 공기 표본이 채취되었다. 지상에서 2,000미터 높이까지 떨어졌을 때, 기압 스위치가 켜져서 2차 기폭장치가 가동되었다. 
땅에서 보면 B-29 폭격기의 은빛 윤곽이 겨우 보이지만, 폭탄(길이 3미터에 폭 0.8미터)은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 약한 전파 신호가 폭탄에서 나와서 아래에 있는 시나 병원으로 내려간다. 이 전파 신호의 일부는 병원 벽에 흡수되지만, 대부분은 반사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 폭탄 뒤쪽의 회전 날개 근처에 채찍처럼 생긴 얇은 안테나가 여러 개 붙어 있었다. 이 안테나들은 반사된 전파 신호를 수집하고,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으로 지상에서의 높이를 잰다. 
580미터 상공에서 마지막으로 반사된 전파 신호가 수신된다. 존포 노이만을 비롯한 연구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폭탄이 너무 높은 곳에서 터지면 대부분의 열이 공중으로 흩어지고, 너무 낮은 곳에서 터지면 땅이 움푹 파인다. 600미터보다 조금 낮은 곳이 폭파에 가장 이상적인 높이이다. 
전기 충격으로 인한 기폭으로 재래식 폭약이 폭발한다. 정제된 우라늄의 일부가 폭탄 안쪽에 있는 포로 밀려들어간다. 처음에 이 포는 해군의 함포를 그대로 베낀 무거운 장치였다. 몇 달 뒤에야 오펜하이머 측의 사람 중 하나가 함포는 여러 발을 쏴도 견뎌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무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이 포는 단 한 번 쓰기 때문에 무거울 필요가 없다. 2톤이 넘는 포 대신에 겨우 1/5에 불과한 포가 만들어졌다. 
우라늄 덩어리 하나가 1.2미터쯤 이동해서 얇아진 포신 안으로 들어가고, 발사되어 다른 우라늄 덩어리에 충돌한다. 지구 어디에서도 정제된 우라늄이 수십 킬로그램의 공으로 축적된 적이 없다. 내부에는 돌아다니는 중성자가 꽤 있다. 우라늄 원자는 전자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야 있지만, 중성자는 전하를 띠지 않기 때문에 전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중성자는 전자의 장벽을 뚫고 들어간다. 그중 많은 것들이 그냥 통과해버리지만, 몇몇 중성자는 중심에 있는 작은 핵에 충돌한다. 
핵 속에는 양전하를 띤 양성자가 있기 때문에 대개 외부 입자가 들어오지 못한다. 그러나 중성자는 전하를 띠지 않기 때문에 양성자와도 아무 상관이 없다. 이곳에 도달한 중성자는 핵을 때리고, 균형을 무너뜨려서 흔들리게 한다. 
지구에 묻혀 있는 우라늄 원자들은 45억 년 이상 된 것들이다. 지구가 형성되기 전에 있었던 아주 강력한 힘만이 전기적으로 서로 반발하는 양성자를 한데 묶을 수 있었다. 우라늄이 한번 형성된 다음에는, 강한 핵력이 접착제처럼 작용해 이 양성자들을 긴 세월 동안 유지한다. 그동안 지구가 냉각되고, 대륙이 형성되고, 아메리카가 유럽에서 분리되고, 북대서양이 서서히 생겨났다. 지구 반대편에는 화산이 분출하여 일본 열도가 만들어졌다. 이제 여분의 중성자 하나가 이 안정성을 깨트린다. 
핵의 강한 접착력을 깰 정도로 흔들림이 커지면, 양성자가 가진 전기의 힘으로도 핵이 쪼개질 수 있다. 핵 하나는 아주 가볍고, 핵의 조각은 더 가볍다. 이것이 속도를 얻어서 우라늄의 다른 부분을 때려도 열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라늄의 밀도가 연쇄 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면, 파편 두 조각은 금방 4개, 8개, 16개로 늘어난다. 원자 속에서 질량이 '사라지면서' 이것이 에너지로 변해 핵의 파편에 속도를 가한다. 이제 E=mc²이 작동한다. 
계속해서 두 배로 불어나는 과정은 겨우 몇 백만 분의 1초 만에 끝난다. 폭탄은 여전히 습한 아침 공기에 떠 있고, 바깥쪽 표면에 희미하게 물방울이 맺힌다. 43초 전에 폭탄은 9,500미터 상공의 차가운 공기 중에 있었고, 지금은 580미터 상공으로 내려와서 26.5도로 조금 따뜻한 공기 중에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반응이 일어나는 동안에 폭탄은 겨우 몇 분의 1센티미터쯤 떨어진다. 바깥에서는 강철 표면이 이상하게 비틀려서 안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다고 겨우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연쇄 반응은 두 배로 불어나기를 80번 거듭하고 나서 끝난다. 마지막 몇 단계에서 부서진 우라늄 파편이 아주 많아진다. 이 파편들이 매우 빠르게 날아다녀서, 주위의 금속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몇 번이 결정적이다. 정원 연못에 수련이 매일 두 배씩 늘어난다고 하자. 80일째에 수련이 연못을 완전히 뒤덮는다. 그러면 연못의 반이 여전히 덮이지 않고 햇볕을 받는 날은 언제인가? 바로 79일째이다. 
이 시점에서 E=mc²의 활동은 모두 정지된다. 질량은 더 이상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에너지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이 핵들의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뀐다. 손을 마주 비비면 손바닥이 따뜻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c²이라는 어마어마한 값이 곱해지므로, 우라늄 파편은 정지한 금속을 엄청난 속도로 비벼댄다. 파편들은 빛의 속도의 몇 분의 1 정도로 날아다닌다. 
비비고 때리면서 폭탄 내부의 금속이 따뜻해진다. 처음에는 체온에 가까운 온도(37도)까지 올랐다가 물이 끓는 온도(100도)에 도달하고, 그 다음에는 납이 끓는 온도(560도)에 도달한다. 연쇄 반응이 계속 진행되면 더 많은 우라늄 원자가 쪼개지면서 온도가 5000도(태양 표면온도)에 이르고, 그 다음에는 수 백만 도(태양 중심의 온도)가 되며, 이렇게 계속된다. 짧은 시간 동안에, 공중에 떠 있는 폭탄 속에서는 우주가 창조될 때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다. 
열이 밖으로 나온다. 열은 우라늄을 싸고 있는 강철 충진재와 폭탄 전체를 감싸는 강철 케이스를 쉽게 뚫고 나오지만, 여기에서 멈춘다. 열보다 더 무서운 것이 먼저 나온다. 엄청난 양의 X선이 위로, 옆으로 나오고, 나머지는 아래로 넓게 호를 그리면서 내려간다. 
이 모든 일이 공중에 떠 있는 채로 일어난다. 파편들은 스스로를 냉각시키려고 하며, 그 상태로 있으면서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쏟아낸다. 이렇게 0.0001초 동안 X선을 방출한 다음에, 열의 공이 다시 팽창하기 시작한다. 
이제야 겨우 중심의 폭발이 보이기 시작한다. X선을 내뿜는 동안에는 보통의 광자가 함께 나올 수 없다. 외곽에 희미한 광채만 나타날 뿐이다. 완전한 섬광이 나타날 때는, 하늘이 찢어져서 열린 것 같다. 은하계 저 멀리에나 있을 거대한 태양 같은 물체가 나타난다. 지구에서 보는 태양보다 수 백 배 더 큰 빛의 덩어리가 하늘을 채운다. 
이 세상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이 물체는 0.5초 동안 최대로 타오르다가 2, 3초 만에 스러진다. 이 '스러짐'은 주로 열이 밖으로 빠져 나가면서 일어난다. 갑자기 불꽃이 일어난다. 빛 덩어리의 표면이 찢어지면서 거대한 장막이 되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뒤덮는다. 히로시마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연쇄 반응으로 생긴 에너지의 최소 1/3이 이 섬광으로 방출된다. 나머지도 곧 뒤따른다. 열이 주위의 공기를 밀어내고, 공기는 이전까지는 결코 도달한 적이 없는 속도를 얻는다. 어쩌면 먼 옛날에 거대한 운석이나 혜성이 충돌했을 때 이런 속도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이 공기는 가장 강력한 태풍보다 몇 배 빠르고, 소리보다 훨씬 더 빠르기 때문에 도리어 조용하다. 조금 뒤에는 조금 느리게, 다시 한 번 공기 진동이 일어난다. 그 다음에는 주위의 공기가 밀려들어서, 다시 한 번 공기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채운다. 이때 잠시 동안 공기 밀도가 거의 0이 된다. 폭발 지점에서 멀리 있어서 살아남은 생명체들은 아주 잠깐 동안, 우주의 진공에 노출된다. 
발생한 열 중에서 소량은 밖으로 퍼져 나가지 못한다. 이 열은 뇌관과 안테나와 폭약이 있던 곳 근처에서 떠돌다가, 몇 초 뒤에 위로 솟구친다. 이 열은 위로 올라가면서 부풀어 오르고, 충분한 높이가 되면 퍼져 나간다. 
이렇게 해서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면서, 지구라는 행성에서 E=mc²의 작동이 끝났다. 


_ 데이비드 보더니스 <E=mc²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방정식의 일생>, 김희봉 옮김, 웅진지식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