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3

원더풀 사이언스 (나탈리 앤지어, 2010)

과학은 단순히 사실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마음의 상태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 실체를 마주하는 방법이다. 가장 정교한 발톱으로 문제를 공격해 느낄 수 있고 음미할 수 있는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는 기술이다. (38)


반 데르 발스의 힘도 분자를 결합시키는 또 다른 힘이다. 이 이름은 이 힘을 발견하고 수학적으로 설명한 19세기 네덜란드 물리학자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사실 반 데르 발스의 힘은 결합시키는 힘 가운데 가장 약한 힘으로 수소결합의 4분의 1 크기밖에 안 된다. 그러나 약한 것이 도리어 장점이어서, 반 데르 발스의 힘은 수많은 금속과 액체에 필수적이며, 우리의 생존을 결정하는 물질들의 특성을 결정한다. 수소결합을 비롯한 다른 결합들은 전자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음전하 입자와 양전하 입자가 상당히 고정되어 있는 배열의 분자나 화합물을 만든다. 그러나 반 데르 발스의 힘은 전자의 다른 성질을, 다시 말해 전자가 얼마나 즉흥적인지를 보여준다. 

전자는 당연히 다른 전자가 근처에 오는 것을 꺼려한다. 같은 전자에 대한 뿌리 깊은 반발심 때문에 우리는 텅 빈 공간에 가까운 원자들로 이루어진 물체를 그대로 관통하지 않고 만질 수 있는 것이다. 전자는 또한 양성자에 끌린다. 그 양성자가 자신이 속한 원자의 핵에 들어 있건 이웃한 다른 원자의 핵에 들어 있건 가리지 않는다. 이런 전자의 성질은 전자가 분자나 이온의 일부가 돼서 액체나 고체 상태로 있을 때도 변함없다. 한결같이 양성자는 좋고, 전자는 싫은 것이다. 이 같은 전자의 선천적인 극단적 성향 때문에 원자나 분자가 서로 가까이 다가가면 전자들은 다른 전자를 피해 자신의 구름 집 한쪽 끝이나 그 집을 벗어난 어딘가로, 양성자의 기운을 좀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 때문에 분자는 전하의 불균형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약한 극성을 띠게 되고, 이런 양전하와 음전하가 겹쳐지게 되면 여러 물질들을 서로 묶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깨지기 쉬운 힘이다. 분자나 이온을 만들 때와 달리 이 경우는 원자들끼리 전자를 정식으로 공유하는 것이 아니며, 디즈니 만화의 등장인물처럼 생긴 물 분자의 경우처럼 전자 궤도가 균형을 잃어도 된다고 허용하는 것도 아니다. (223-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