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1915년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파크(Robert E. Park)는 <도시: 도시환경에서 인간행태를 조사하기 위한 제안들(The City: Suggestions for the Investigation of Behavior in the City Environment)>이라는 짧은 글을 발표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의 일이다. 사회학, 지리학, 인류학 등 도시와 관련된 사회과학 연구의 작은 출발점이다. 여기서부터 시작되어 도시사회학이라고 불리게 된 시카고학파의 일련의 연구는 이후 1938년 루이스 워스(Louis Wirth)의 논문 <도시성이란 생활양식(Urbanism as a Way of Life: The City and Contemporary Civilization)>에서 도시생태학으로 발전한다. 'city'에서 'the urban'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인데, 우리말로는 둘 다 도시란 뜻이다. 하지만 'city'는 성(城)과 같은 물리적 중심에 가깝고 형용사에 관사를 붙인 'the urban'은 '도시적인 것'이라는 뜻으로 모든 도시적 행동의 집합이다. 우리가 도시사회를 보기 위해서는 공간뿐 아니라 새로운 인간 행동의 양태들을 보아야 한다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오늘날 메트로폴리스 연구는 한 세기 전의 도시 연구가 출발했던, 출발해야만 했던 상황과 비슷한 이유에서 출발한다. 전 세계에서 등장하는 거대도시들, 우리는 이 도시들이 어떻게 발생하고 작동하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사람, 자본, 물건의 이동은 말 그대로 전지구적이며 잘사는 곳이나 못사는 곳이나 개발의 광풍을 맞았다. 정치학자들은 이를 신자유주의, 세계화(Mondialisation)라는 말로 설명하고 지리학자들은 특히 대도시화(Metropolisation)라는 공간적 현상에 주목한다. 하지만 도시를 인구 몇 만 이상으로 쉽게 정의할 수 없었듯이 메트로폴리스를 단순히 수백만 명이 사는 대도시로만 생각할 수 없다. 도시적인 것의 탄생을 목도하던 때처럼 우리는 메트로폴리스적인 것을 정의하고 상상해야 한다. 도시의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어느 순간 메트로폴리스가 되는데, 그 순간을 결정하는 힘들을 보는 것, 이 부분이 메트로폴리스 연구의 출발점이다.
서울은 메트로폴리스인가? 우선 서울은 독특한 도시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 풍경을 간직했던 서울은 순식간에 시카고학파의 연구가 주목했던 '도시 공간'을 만들어냈고, 또 50여 년 만에 메트로폴리스로 성장하였다. 상경한 시골 사람들이 도시인으로 변하고 그 자식들이 세계도시 서울에 거주하는 이 역사에서 우리는 도시적인 것과 메트로폴리스적인 것을 구별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메트로폴리스는 그리스어로 '어머니의 도시', 즉 母도시란 뜻이다. 그렇기에 자식의 도시인 식민지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물론 이는 아주 오래전의 용법일 테고 오늘날 메트로폴리스에서 고대 그리스의 식민지 개척을 떠올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어원에 대한 참고는 학문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서울은 메트로폴리스인가라는 질문은 서울의 식민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설정은 서울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도시적 삶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 그들의 성향은 도시 안에서 여전히 비도시적인 것을 꿈꾸었고, 근대화라는 깃발 아래 도시를 만들고 싶었던 욕망들, 만들 수 있다는 신념들은 도시 공간을 바꾸어갔다. 또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과 물자들이 이동하며 국제도시 서울을 만들어내는 데 영향을 미쳤고, 이런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작은 마을까지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한 서울은 도시, 나아가 세계도시로 빠르게 변해왔고 그 변화의 역동을 다른 어떤 도시들보다 '솔직하게' 드러낸다. 서울의 특수성이 메트로폴리스라는 거대 기계의 탄생과 작동 방식을 더 잘 보여주는 것이다.
_임동근.김종배,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6~8쪽, 반비,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