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8

눈부신 안부 (백수린, 2023)

개개의 인간들의 몸을 구성하는 아주, 아주 작은 요소인 원자는 멀고도 먼 옛날 폭발한 어느 별에서 왔다는 말. ... 지난 수십 년 동안 새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아무튼 오늘 아침엔 그 말을 곱씹어보다가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단다. 우리는 모두 그 자체만으로도 태초의 별만큼이나 아름다운 존재들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 말이야. 
어린 시절 나는 늘 '생의 한가운데' 속 주인공인 니나를 동경했지. 소심하고 주저하는 성격 때문에 니나처럼 삶을 살아내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단다. 내가 조금 더 용감했다면, 관습으로부터 더 자유로웠다면, 더 근사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하지만 나는 이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마도 누군가의 눈에 나는 극동의 가난한 분단국가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팔려온 노동력일 뿐인 거야. 다른 누군가에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막내딸이거나 이혼녀, 뇌종양으로 단명한 비극의 주인공일 뿐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나는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뚜벅뚜벅 걸어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로, 슬로베니아로 이어지는 광대한 산맥의 높은 봉우리에 올라서기도 했단다. 물론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 못했고, 늘 동경했던 시인이 되지도 못했고, 뼈아픈 시행착오를 수도 없이 겪었어. 하지만 내 삶을 돌아보며 더이상 후회하지 않아.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랐으니까. 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긍심이 있는 한 내가 겪은 무수한 실패와 좌절마저도 온전한 나의 것이니까. 그렇게 사는 한 우리는 누구나 거룩하고 눈부신 별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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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 (302~304쪽)


지난 이틀 동안 백수린 첫 장편소설인 이 책을 읽으며 인덱스를 제법 많이 했다. 아침, 우선 이 부분을 남기고 인덱스는 따로 정리를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