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1

벌써 일 년


물론,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예상대로, 기록은 여러 곳에 감추어져 있다. 미처 머리와 가슴 속에서 끄집어내지 못한 기록들은 이미 사장되었을 것이다.

기적적으로,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우리는 원하던 그곳에 땅을 샀다. 그 땅에는 1968년에 준공된 조적집이 있다. 1968년. 무려 50년 전이다. 그리고 우리가 땅을 산 지 벌써 1년이다. 그럼 1년 동안 뭘 했냐고?

돈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팠고, 지금도 아프다.

얼마나 무모했던지. 세상을 이렇게도 몰랐다니. 땅 계약을 하고 일주일 만에 아버지가 오셨고 그 땅을 보고 나서 같이 걸으며 자금계획에 대해 물었을 때, 나는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부끄러웠고 가슴을 벌렁거리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제서야 욕망의 카테고리에서 빠져나온 것 같았다.

우리는 자금을 마련하고자 전세를 갈아타기 위해 매물을 내놓았지만 꼬박 1년 만에, 계약기간을 거의 다 채우고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집은 좁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지 못한다는 것과 이사를 하려고 짐을 헤아려 보니 이 집은 좁은 게 아니라 넓은 곳이 없는 것뿐이며 우리가 가진 다소 많은 가구를 배치하기에 최적이었다는 것을. 희한한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