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남아 있는 기록된 역사는 마이크로네시아에 최초로 방문(1521년)한 유럽인 항해자 마젤란에 대한 것과 1986년 미국의 신탁통치로부터 완전한 독립국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시기를 제외하면, 모두 외부에 의한 지배로 점철되어 있다.
마이크로네시아의 섬들을 지배했던 나라는 스페인, 독일, 일본, 미국이었다.
대부분의 스페인의 식민지들처럼 일찍이 스페인령이 되었던 마이크로네시아는 쿠바 독립전쟁에 개입한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 후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괌, 필리핀, 푸에르토리코가 미국으로 넘어간 것과는 달리 어정쩡하게 스페인에게 남았다가 독일에게 넘겨지게 된다. 스페인이 독일에 연방을 팔아넘긴 것이다. 1899년의 일.
그랬던 마이크로네시아의 주인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세계사의 무대에 본격적으로 일본이 등장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1902년 일본은 영국과 영일동맹을 체결하는데 이는 영국과 일본이 러시아의 확장을 저지하고 동아시아에서의 양국 이권을 수호하기 위해 체결한 조약이었다. 이 동맹을 계기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일본은 독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일본은 중국의 '칭다오 전투'에서 영국군과 연합해 독일군을 무찌르고 중국 산동성에 있던 독일인들을 붙잡았다. 그 후 일본 해군함대는 당시 독일이 보유하고 있던 동아시아의 함대를 공격하고, 태평양 및 인도양에서의 연합군 측 무역로를 보호하기 위해 애썼다. 이 과정에서 일본 해군은 1914년 10월 독일이 점유하고 있던 마리아나 제도, 캐롤라인 제도, 마셜 제도, 팔라우 등 마이크로네시아 지역을 무력으로 점령했다.
1930년대 일본 해군은 본격적으로 '남양군도'에 비행장, 방호시설, 항구 및 기타 군사시설 등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이 섬들을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라 부르며, 일본 본토 방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간주했다. 이 시기에 일본이 구축한 여러 시설은 태평양 전쟁 시 일본 공군과 해군의 중요한 거점이 된다.
권문상.이미진.강대훈, <마이크로네시아 연방국> 38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그렇게 일본의 전략적 요충지로써 그 몫을 톡톡히 하던 마이크로네시아는 결국 미국과 일본의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 우리 나라가 해방 후 그랬던 것처럼 - 미국의 신탁통치령이 된다. 우리 나라와 다른 점은 그 기간이 길었다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