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03

박경리 선생님을 생전에 처음 만나 뵀을 때 하신 말씀이 생생합니다. 대뜸 "환경이라는 말 참 안 좋아." 그러시는 겁니다. "환경이라는 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환경부가 어디 가서 뭐 재기나 하고, 인간은 쏙 빼놓고 바깥에 둘러싼 것만 가지고 그러는 거잖아요. 그래서 환경이 아니라 생태라는 개념을 가지고 가야 해. 환경부가 아니라 생태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태학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하신 말씀이겠지만, 그 말씀이 너무 정확하게 와 닿았어요. 2002년 한국 생태학회가 세계생태학대회를 유치했어요. 운영위원장을 맡아 해외 석학들을 섭외하는 역할을 맡았거든요. 박경리 선생님을 가장 중요한 기조연설자로 모셨어요. 그날 먼저 하신 말씀도 환경과 생태의 차이점이었어요. 또 생물이 중심에 있어야 하고, 생물과 환경이 관계 맺음 하는 게 진짜고, 주변만 보는 것은 의미 없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세계적 생태학자들이 다 일어서 박수치더라고요. 소설가 입에서 명확한 이야기가 나오니 감탄한 거죠. "자연이라는 원금을 까먹지 말아야 한다. 이자만 가지고 살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후손들에게 우리가 누린 자연을 그대로 선물해줘야 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239호, 최재천, 특집 대담 '생태 취미, 자연에 들어서는 징검다리' 중에서 


어제 저녁, 퇴근하고 현관 앞에 놓인 이번 호를 가져다가 거실에 대충 앉아 이리저리 살피는데 반가운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국립수목원에서 일하시는 박사님의 인터뷰 기사. 그리고 기억에 남은 이 대목.

대학원생들과 이른 봄 광덕산에 꽃을 보러 갔다가 너무 이른 봄에는 산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밟고 다니는 땅에서 식물들이 올라오고 있거든요. 식물은 번식을 위해서 꽃을 피우는 거예요. 요즘엔 여러 요인으로 나비나 벌 같은 수분자를 만나기 어려워요. 




자연, 푸르른 숲 가까이 집을 짓고 아이가 커 가는 모습을 보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