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0

웨노섬에 가기 위하여

몇 해 전, 트위터에서 이병률 시인이 소설가 김훈과 이름도 생소한 '축'이라는 섬에 간다고 남긴 짧은 문장을 보았다. 아니 이건 또 뭐야. 궁금증이 동했다. 그래 구글링을 해보았지만 찾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내 궁금증도 금세 동나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때 시인과 소설가가 떠났던 이야기는 중앙일보에 기사로 실렸다. 

결혼을 결심하고 여행지의 선택은 나의 몫이었다. 그때였다, 나의 궁금증이 동나지 않았음을 알았던 건. 無가 전적으로 동의해 주었기에 무리없이 마이크로네시아행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그리고 항공권도 예매를 했건만, 정보가 없었다, 어디에도. 간혹 괌을 통해 마이크로네시아에 다녀온 포스팅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주로 주도인 폰베이나 얍에 대한 거였다. 하지만 우리는 축주에 있는 웨노섬에 가기로 한 게 아닌가. 반복되는 구글링 끝에 어렵게 찾은 정보는 약간 희망적이었다. 웨노섬에 정부 연구기관이 있다는 정보였기에. 여행 일주일 전이었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연구소가 웨노섬에 있다는 걸 알고, 해양연구원에 전화를 걸었다. 조심스럽게 사정을 얘기하고 지역 정보를 좀 얻을 수 있는지 문의를 했더니 상대편에서는 약간의 웃음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 선택을 하셨네요."

그 분으로부터 들은 바로는, 최근에 큰 태풍을 겪은 후라 섬 전체가 아수라장이고 여전히 복구 중이지만 속도가 느리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 곳도 아직 많다... 등등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와 여행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간단한 지역 정보를 메일로 받고 현장에 상주하신다는 연구소 대장님의 메일주소를 알아냈다. 그리고 당장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해양기술원 xxx선생님 통해서 연락처를 받고 메일 드립니다. 
저는 다음 주말에 결혼식을 앞두고 있고, 
축으로의 신혼여행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없어서 
해양기술원에 전화를 했다가 xxx선생님께 이런저런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3월 말에 태풍 때문에 현지 피해가 크다고 들었습니다. 
과연 그게 어느 정도인지? 
여행을 가도 무리가 없는지?
현재 현지 상황은 어떤지 등에 대해 궁금해서 여쭙고자 메일을 드립니다. 
숙소는 블루라곤에 묵을 예정인데, 사이트를 통해서 예약 요청을 했는데도 (사흘 전) 
아직 연락이 없어서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요. 
만일 축 상황이 여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면, 
폰베이행 항공권을 추가로 끊어서 경로를 바꾸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26일 출국, 축에 27일 입국 예정이고요. 
현지 상황에 대한 정보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