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小寒, 23번째 절기. 양력 1월 5일 무렵) 때가 대한(大寒, 24번째 절기. 양력 1월 20일 무렵) 때보다 춥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작은 추위를 뜻하는 소한이 큰 추위를 뜻하는 대한보다 더 추울까? 그 이유는 24절기가 만들어진 것이 우리 나라가 아닌 고대 중국의 주(周)나라(기원전1046~기원전771년) 때이기 때문이다. 주나라의 영토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황허(黃河)강 유역을 중심으로 위치하고 있었다 한다. 24절기가 이곳의 기후에 맞춰 만들어진 까닭에 대륙인 중국과 반도인 우리 나라 사이에 가장 추운 시기에 대해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추위라는 것은 체감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서, 미처 몸이 추위에 적응하지 못한 때에 더 춥게 느껴지므로 이미 추위에 익숙해진 대한 때보다도 막 추위가 닥치는 소한 때 더 춥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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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230~231쪽, 동아시아, 2016.
2018/01/21
2017/04/06
청명과 한식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을 한식(寒食)이라 하는데, 이날은 종묘와 능원에 제향(祭享)을 지내는 날로 절기와 관계없이 성묘를 하는 하나의 명절로 여겨왔다. 반면 청명은 1년 24절기의 하나로, 동지에서부터 한 절기씩 나누어 가다 보면 한식과 서로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엄연히 다른 날이다.
청명(淸明)은 봄이다. 그래서 봄에 피어나는 싹이나 꽃들이 한창인 것을 알 수 있다. 진달래와 목련은 꽃을 떼어낸 지 벌써 오래고, 개나리도 꽃을 피운다. 앵두나무의 하얀 꽃과 조팝나무의 작은 꽃들은 일시에 피어나서 우리를 기쁘게 한다. 외래종 민들레와 토종 민들레도 순서를 다투며 피어나고, 제비꽃과 꽃다지꽃, 양지꽃, 할미꽃, 그런가 하면 이른 봄에 먹었던 달래는 지천으로 하얀 꽃을 피워내니 작은 메밀밭을 연상케 한다. 바야흐로 봄의 절정에 와 있는 것이다.
원래 찬밥을 먹는 날은 한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청명이나 한식 때에는 아직 잡풀이 자라지 않아 마른 바람이 불어오므로 불이 나기 쉬운 계절이다. 따라서 나무를 심거나 묘를 손보는 사람들은 찬밥을 먹어 산불을 예방하는 때이기도 하다.
한호철, <24절기 이야기> 92-94쪽, 지식과교양, 2016
춘분이 지나면 완연한 봄이지만 아직 아침 저녁에는 약간의 찬 기운이 남아 있다. 영상의 날씨로 확실하게 돌아섰지만 아침에는 영상 3-5도로 쌀쌀하다. 그러나 낮에는 10-15도 정도 되어 일교차가 꽤 크다. 게다가 입춘이 설날 전에 오면 봄 추위가 길어져 춘분이 지나도 꽃샘추위가 올 수 있다. 그래서 발아가 금방 되는 채소 종자를 춘분에 바로 심으면 싹이 나왔을 때 마지막 꽃샘추위에 냉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청명 즈음해서 음력으로 중요한 날이 있다. 삼짇날이다. 음력 3월 3일은 양의 날이 겹쳐서 아주 길한 날로 여겨왔다. 작년 9월 9일 강남으로 돌아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다. 삼짇날은 원래 음력 3월 들어 첫 번째로 오는 뱀날(상사일上巳日)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날이 따뜻해 뱀도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이라 이날 뱀을 보면 재수 좋다고 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재수 없다고 하는 데도 있다. 어쨌든 삼짇날이 되면 완연한 봄기운이 온 세상에 가득하여 봄꽃 구경하러 나들이 가는 날이기도 하다. 진달래꽃 따다 화전 부쳐 먹고, 양지 바른 곳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어린 쑥을 뜯어다 쑥버무리를 해먹는다. 청명이 되면 이제 안심하고 무엇이든 파종하는 날이니 화사한 봄꽃에 마음 들뜨기도 하지만 부지런히 몸을 놀려 농사에 매달려야 한다.
안철환, <24절기와 농부의 달력> 136쪽, 139쪽, 소나무, 2011
그런데,
미세먼지에 신음해야 하는 청명이라니
2017/03/21
봄과 함께, 춘분春分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동시에 낮이 밤보다 더 길어져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리기도 한다는, 그리고 제비가 날아온다는, 그래서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찾아온다는, 춘분.
춘분이 되면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면서 날씨는 영하에서 영상으로 돌아선다. 그래서 춘분이 되면 겨우내 움츠렸던 풀과 벌레들이 기지개를 켠다. 우수, 경칩에서부터 벌레들은 깨어나 춘분이 되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또한 풀과 겨울을 견뎌낸 곡식과 작물들은 춘분을 기점으로 확연히 기운을 차린다. 밀, 보리의 새순이 돋고 땅속에 숨어 있던 마늘도 일제히 팡파르 불 듯이 땅속에서 새순이 고개를 쳐든다. 기죽어 있던 양파도 빳빳하게 줄기에 힘을 준다.
봄꽃들도 춘분이 지나야 일제히 만개한다. 개나리부터 목련과 진달래, 생강나무, 산수유가 꽃을 피워낸다. 따뜻한 남쪽에선 춘분 앞서 개나리가 핀다.
이런 춘분을 새해 첫날로 삼은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고대 중동 지역이다. 이 지역은 유목이 중요한 사회였기에 춘분에 힘을 받아 올라오는 목초에 의지해 살아야 했으므로 무엇보다 춘분이 중요했을 것이다.
우리도 춘분이 지나면 무엇이든 파종할 수가 있었으니 농경 사회에서도 춘분은 매우 중요한 절기다. 그런데 춘분 지나면 꼭 꽃샘추위가 찾아오므로 되도록 늦게 발아하는 씨앗들을 파종하는 게 좋다. 빨리 발아하는 것은 꽃샘추위가 지난 청명 즈음에 심는 게 좋다. 빨리 발아해서 꽃샘추위를 만나면 냉해를 입기 때문이다.
안철환, <24절기와 농부의 달력> 94-95쪽, 소나무, 2011
하지만 요즘은 그야말로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 때문에 밖으로의 산책도, 안에서의 환기도 자유롭지 못하다. 안타까운 일. 그래도 몸이 반응하는 봄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길.
2017/02/14
절기
절기력은 태양을 기준으로 한 달력이다. 그러니까 양력이다.
절기력은 태양이 지나가는 길, 곧 황도를 24등분하여 15도 또는 16도쯤으로 나눈 것이다. 그래서 절기는 15일 또는 16일 간격으로 이어지는데 태양의 위치에 맞추는 전형적인 천문력이다. 24절기 중 가장 분기점이 되는 동지, 곧 밤이 제일 길고 낮이 제일 짧은 동지를 알아낸 다음 그것을 기점으로 15일, 16일씩 매겨 가는 방식이다.
절기력은 기본적으로 날씨의 변화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일종의 날씨력이라 할 수 있다.
절기는 제일 큰 뼈대가 되는 게 이른바 기基절기인데 동지, 춘분, 하지, 추분이 그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뼈대를 이루는 것은 이른바 입立절기로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이 그것이다. 이 절기들은 기본 구조로 24절기를 받혀주고 있고, 그 다음 이를 기초로 해서 세세한 절기들이 기절기와 입절기 사이에 두 개씩 들어가게 된다. 그러니까 입춘과 춘분 사이에는 우수와 경칩, 춘분과 입하 사이에는 청명과 곡우, 입하와 하지 사이에는 소만과 망종, 하지와 입추 사이에는 소서와 대서, 입추와 추분 사이에는 처서와 백로, 추분과 입동 사이에는 한로와 상강, 입동과 동지 사이에는 소설과 대설, 동지와 입춘 사이에는 소한과 대한이 그것들이다.
_안철환, <24절기와 농부의 달력> 21-23쪽, 소나무, 2011
- 입춘立春
- 우수雨水
- 경칩驚蟄
- 춘분春分
- 청명淸明
- 곡우穀雨
- 입하立夏
- 소만小滿
- 망종芒種
- 하지夏至
- 소서小暑
- 대서大暑
- 입추立秋
- 처서處暑
- 백로白露
- 추분秋分
- 한로寒露
- 상강霜降
- 입동立冬
- 소설小雪
- 대설大雪
- 동지冬至
- 소한小寒
- 대한大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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