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서울에 가봤다고 거짓말하면서 슬그머니 가슴이 두근거리던 기억도 난다. 아마 나는 서울이란 이상한 일이 얼마든지 있는 곳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 후로도 내가 친구들에게 이상한 일을 얘기할 때는 "이것은 서울에서 일어난 얘기다"고 했으니까.
_김승옥, '나의 첫 창작', <뜬 세상에 살기에> 54쪽, 예담, 2017
김승옥의 수필집이 출간됐다. 1977년에 초판이 나왔던 책인데 40년 만에 새로 꾸미고, 당시 초판의 복간본도 함께 묶어 판매하고 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배송된 책을 훑어보고 있으니, 괜히 기분이 새롭다. 김승옥의 오래된 새글을 읽는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