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3

저녁 강

자기를 밀어내 사구를 쌓는 강은 아름답다.
갈대구름은 그곳에서 피어난다.
은어 풀어주기 전에
먼저 젖지 않으므로
천천히 물 위로 나를 밀어내는 저녁 강
나는 가라앉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내어 생을 이룬 강이
흐르고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주창윤


몇 주 전부터 계속 입가에 맴돌던 시였는데 어디서 보았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 일기를 정리하는데, 작년, 꼭 이맘 때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에서 이 시를 보았던 것이다. 내게는 <행복한 책읽기>가 세 권 있는데, 오늘 집어든 것은 오래된 책 냄새가 가득한 전집 15권. 독서욕을 한껏 솟구치게 하기에 김현의 일기만한 글도 없다. 치열함. 그리고 열정. 김현의 글을 오래 곁에 두고 싶다. 그리고 그가 그랬던 것처럼, 국내 작가들을 좀 더 많이 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