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1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왜 용산인가?
건립부지는 일본 군대가 주둔하면서 군사기지가 된 이후,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계속 미국의 군사기지로 이용되던 곳이다. 1992년 미군기지 남쪽에 있던 골프장이 우리에게 우선 반환되어 '용산가족공원'이 되었고, 앞으로 전체 미군기지의 반환을 전제로 이곳을 새 박물관의 건립부지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열 곳의 후보지 가운데 선택된 용산가족공원은 남산의 녹지 공간과 한강의 수변 공간이 연결되어 있는, 서울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아울러 용산가족공원의 북쪽에 위치하는 미군기지가 옮겨지면 서울에서 가장 넓은 땅이 확보되므로, 앞으로 공원과 뮤지엄 콤플렉스 등의 복합문화단지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선정 이유가 되었다.
_국립중앙박물관, <National Museum of Korea> 14쪽, 솔출판사, 2005
그러나 용산 지역이 박물관의 부지로서 적합한가에 대한 논란 또한 빈번하였다. 용산 지역은 갯벌과 모래가 섞인 저지대 퇴적층으로 침수 가능성이 큰 부지였기 때문이다. 침수되었을 때도 가장 먼저 잠기고 제일 늦게 물이 빠지는 습지에다가 대규모 홍수가 나 한강 범람 시 침수될 가능성도 높은 지역이었다. 이러한 특성은 건축물이 건조되기에 불리한 유리하지 않은 지반으로 박물관 공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우려로 이어졌다. 특히 유물이 보존되는 수장고에 대한 우려가 제일 컸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공사가 시작되면서 자체 대지조사를 새롭게 진행하였고 부지의 지질 특성에 따라 기초방식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지반을 평균 3미터 정도 성토하여 지반고를 14미터 이상 높이는 공사가 추가되었으며, 200년 주기의 대홍수에도 안전하도록 대지 레벨이 조정되었다. 그러면서 공사는 예정된 일정보다 늦춰지게 되었다.
박물관 부지 논란에 대한 원인으로 대지 특성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부지는 미군이 주둔해 있는 군사지역으로 대지조사와 지질테스트가 시도될 만큼 현장 접근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박물관 건립계획이 나오면서도 대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시공자 측은 전한다. 미군 역시도 용산 지역에서는 특별한 군사시설을 건축하는 등의 건축행위가 없었던 곳으로, 골프연습장과 헬기이착륙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정도였다.
이러한 특수성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개관이 힘들지 않느냐는 걱정을 만들기도 했다. 박물관 부지 내 일부(현재 박물관 진입로쪽 광장 일부)가 주한미군의 헬기장이었기 때문이다. 헬기의 이착륙으로 인한 진동이 유물 보존과 박물관 관람 환경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외교부는 박물관 이전을 지속적으로 미군측에 요청하였고,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을 4개월 여 앞둔 6월에 이전하였다. 그것은 지난 1995년 1월 요청한 이래 7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현재 이전된 헬기장의 위치는 박물관에서 북서쪽으로 500미터 떨어진 지점으로, 소음과 진동으로부터 지장이 없다는 최소거리 400미터를 겨우 넘고 있다.
용산이라는 땅의 특수성은 더 오랜 과거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거 청나라와 일본, 현재는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곳이지만, 향후 국립중앙박물관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주변 지역이 뮤지움 콤플렉스나 시민공원 등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볼 때 관련 행정당국 간의 협의와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_강권정예, <국립중앙박물관 철거에서 건립까지>, 건축문화, 200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