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내가 다녀갔던 작년 가을보다 더 유명해졌나 보다. 김영갑 자신은, 이곳이 대중적인 곳이 아닌 오고자 하는 사람만 찾는 곳일 거라고 했지만 이미 이곳은 제주 그 어느 곳 못지않게 대중적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불러일으키는 감흥마저 대중적으로 변질되어 내게 와 닿지는 않는다. 감흥은 거의 그대로이나 조금 혼란스러울 뿐이다. 작년 가을, 내가 무인찻집에서 느꼈던 고요와 침묵의 명상은 안타깝게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유효하지 않다. 무인찻집이 무인이 아니기 때문이고 클래식라디오 볼륨이 거슬릴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도 좋다. 그 외 모든 건 그대로이기 때문에.
김영갑 선생은, 일찍이 20대 때 제주에 미쳐 매해 수없이 제주를 드나드는 걸로 모자라 기어코 제주에 둥지를 트고 기인 같은 행색으로 평생을 제주 중산간 지역을 사진으로 담아내다가 루게릭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진정 제주를 사랑한 분이다.
이곳 두모악갤러리에서 그의 사진을 보고 당장에 용눈이오름으로 달려갈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 감흥 그대로 제주의 진정한 살갗을 볼 기회를 안타깝게도 놓치는 셈이 된다. 그가 담아낸 제주의 중산간 일대와 특히 많은 애정을 쏟은 용눈이오름에서 제주의 아름다움을 볼 시간을, 제주를 찾는 누구든 누려보기를 나는 바란다.
2014. 7. 20. 두모악 (유)무인찻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