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9

피그말리온, 조지 버나드 쇼

히긴스: 알파벳을 발음해 봐. 
리자: 알파벳은 나도 알아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아세요? 어린애를 가르치듯이 할 필요 없어요.
히긴스: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알파벳을 발음해 보라고.
피커링: 해봐요, 둘리틀 양, 곧 이해하게 될 거야.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해요. 선생님 방식대로 가르치게 해요.  
리자: 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아이, 버이, 커이, 더이 -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열린책들, 2011)은 알파벳을 '아이, 버이, 커이, 더이 -'로 발음하던 일라이자를 음성학자 히긴스가 불과 몇 개월을 가르침으로써 상류층이 즐비한 가든파티에서 멋진 숙녀 행세를 할 수 있게 된 이야기다. 만일 이 같은 '성공'을 끝으로 희곡이 마무리되었다면 싱겁지 그지없었겠지만, 쇼는 그렇게 간단하게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 그리고 다수가 원하는 방식 즉,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해피 엔딩' - 히긴스와 리자의 사랑 -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도 않았다. 대신 히긴스와의 수업을 통해 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 일라이자의 변화된 모습을 바탕으로 영국 사회를 비롯해 인간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여지를 남겨두었다. 

리자: 난 약간의 친절을 원해요. 난 천하고 무식한 아이고, 당신은 유식한 신사인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내가 당신 발톱의 때는 아니에요. 내가 그 일을 했는데, (자신의 표현을 바로 잡으며) 내가 그 일을 했던 건 옷을 얻거나 택시를 타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나는 우리가 같이 있으면 즐겁고, 내가 선생님을, 좋아해서, 좋아하게 돼서 했던 거예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되기를 원했던 것도 아니고 우리가 신분이 다르다는 걸 잊은 것도 아니에요. 단지 더 친해졌으면 했던 거예요. 
리자: 아, 당신은 잔인한 폭군이에요. 당신하고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당신은 모든 걸 나한테 불리하게 바꿔 놓아요. 나는 항상 잘못한 거죠. 하지만 당신도 자신이 남을 괴롭히는 폭군밖에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죠. 내가 당신이 말하는 그 시궁창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당신도 알잖아요.  그리고 세상에 당신하고 대령님 말고는 진정한 친구도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두 분을 만난 후에 내가 미천한 남자와 같이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척하면서 나를 모욕하는 건 사악하고 잔인한 거예요. 내가 아버지 집 말고는 갈 데가 없으니까 윔폴 거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나를 발밑에 두고 짓밟고 무시해도 된다고 확신하지는 마세요. 난 프레디랑 결혼하겠어요. 내가 그를 부양할 수 있게 되면 바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