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3

2017년 2월 23일의 일기


그러니까 어제, 오후에,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지도를 보니 괜찮아 보여 퇴근하고 아내와 함께 가 보았다. 가 보니, 괜찮다. 괜찮았다. 그러니까 아내와 나는 그 땅을 본 순간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래, 느낌이 좋다.
바로 부동산으로 가서 긍정의 의사를 전하니 곧장 계약을 하자고 한다. 그게 바로 오늘. 도서관 앞 땅 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동시에 우리 땅이라는 직감이 머릴 스친다. 그러자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이미 한 차례 계약 무산의 과정을 겪었다.)
칼국수집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그 땅에 들렀다. 어두울 때 골목의 분위기를 보고 싶었다. 높이 매달린 가로등 불빛은 꽤나 밝았고, 거주자 우선주차 때문에 도로는 비좁아 보였지만 그렇다고 답답해 보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좋은 느낌을 유지한 채 집으로 돌아가니 이제는 돈 문제가 전속력으로 달려 들었다. 하! 정신이 없는 게 아니라 녀석을 안고 그대로 뒤로 나자빠져 뒹굴고 있었다.
은행에 가서 대출 요건을 알아보고, 계약금만 빠듯하게 맞춰 부동산으로 향했다. 시간이 좀 일러 그 땅을 주위를 배회하다가 — 현재 조건만 유지되면 일조량이 아주 넉넉하다 — 부동산으로 갔다.

그렇게 우리가 노랠 부르던 집을 짓기 위한 첫 관문, 땅을 계약했다. 이제부터 시작. 하지만 돈 걱정이 밀물처럼 밀려든다. 그리고 늘 고대해 왔지만 너무 갑작스럽다는 얼떨떨함. 그래서 미처 준비가 소홀하거나, 건축가를 택하는 데 조바심으로 그르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대중없이 나를 공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