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5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그 꽃 말이에요 /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 떨어지는 꽃송이가 /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 못 떠나실 거예요 /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동백나무의 꽃이 지는 모습은 보는 이들 누구에게나 선연하게 가슴에 남는다. 꽃잎 하나 상하지 않은 그 붉은 꽃 덩어리가 그대로 툭툭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모습을 두고 가장 극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제주도나 이웃 일본에서는 이를 불길하게 여기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꽃이 떨어지는 모습이 목이 잘려 사형을 당하는 불길한 인상을 주며 또 이 나무를 심으면 집에 도둑이 든다 하여 꺼리기도 하고, 일본에서는 싱싱하던 이 꽃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을 연상하여 갑자기 생기는 불행한 일은 춘사(椿事)라고 한다. '춘椿'은 동백나무를 가리킨다. 
이유미, <우리 나무 백가지> 41쪽, 현암사(개정증보판) 

천천히, 하루에 한두 나무 정도씩 읽고 있다. 나무들의 사연이 어찌나 흥미로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