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반응에 순응하며 사는 것, 서른 중반을 지나 그것을 실감하며 그럴 때마다 나의 의지 없음을 탓하는 통시에 다니엘 페낙의 훌륭한 소설 <몸의 일기>(조현실 옮김, 문학과지성사)를 생각하게 된다. 나도 그렇게 진솔하게, 내가 내 몸을 느끼듯 쓸 수 있다면. 쓰기의 진실이란 사실 거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온몸이 반응하는 그대로 써내려 가는 그것, 말이다.
몸이 역사다. 역사는 흘러온 것이 아니다. 문제제기 될 뿐이다. 나폴레옹은 이집트 침략에서 돌아올 때 사랑하는 조제핀에게 편지를 보낸다. "곧 도착할 테니 씻지 말고 기다리시오." 냄새를 제칠 만큼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래 후각은 근대에 와서 가장 억압당한 감각이다. 나폴레옹 시대에는 목욕, 위생, 소독이 대중화되기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