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매일 저녁이면 우리 가족을 산책길로 안내하던 그 좋았던 날씨가 긴 더위를 끝내고 다시 돌아오나 싶었더니 습하고 수시로 비가 떨어지는 날씨가 반복된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은 틈 나는 대로 산책을 하고 있고 동네 골목의 변화를 살핀다.
어제 저녁에는 동네 요가하우스 선생님께서 집에 오셔서 동네에 관한 얘기를 하시며 설문을 요청해서 그것에 응하며 한 시간 가량 대화를 했다. 이사온 지 6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설문지에 이웃에 관한 사항에 빈약한 답을 하며 같은 식탁에 마주하고 있는 이웃이 반갑게 여겨진 건 아내도 마찬가지였으리.
아파트는 이웃과의 관계적 측면에서 삭막하고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에서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단정에 동의하지 않지만, 단독주택, 더 나아가 동네에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질에 대해 고민하는 것 자체가 한편으로는 여유가 깃든 삶이라는 반증일 수도 있겠지만, 그럴 여유가 있는 이들이 삶의 질에 대해, 더 나아가 동네에 대해 고민하고 관여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는 나를 기쁘게 하는 요소도 많고 나를 화나게 하는 요소도 그에 못지 않게 많다. 그런데 그런 요소 자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건 우선 그 자체로 즐겁고 반가운 일이다. 주차 문제, 쓰레기 문제, 보행 문제 등 어느 하나 우리 삶과 따로 떼놓고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많은 화두를 던졌지만 마음과 달리 정작 내 생활은 동네 일에 한 발도 가까이 가 본 적이 없으니 사실은 좀 부끄럽다.
어떤 통로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이 떠나기 전에 지하 공간을 보여드리며 공간의 활용에 대해서도 가벼운 제안을 했는데 앞으로 동네 일에 어떤 식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둘째 담이 얼굴이 일주일째 말이 아니다. 소아과에서 처방해준 약으로 해결이 더딘 것 같아 오늘 피부과에도 다녀왔는데 아이가 어려서인지, 아님 현 증상에 대한 뚜렷한 처방을 하기가 아직은 곤란한지, 현재로서는 뭐가 됐든 리도맥스라는 얘길 듣고 병원을 나서는 길은 우울했다. 괜한 우울은 시 환경요원들이 집 앞에 잔뜩 쌓아둔 쓰레기 더미를 보고 그들에게 화를 내게 만들고 비가 내려 잠시 집 주차장에서 회의를 하던 전기 공사 사람들에게 퉁명스러운 말을 던지게 한다. 더 우울하다.
습관까지는 아니지만, 가끔 우울한 생각이 들 때 영화 shortbus에 나오는 인물들의 우울한 표정을 무심코 보기도 하는데 오늘은 shortbus soundtrack을 들으며 오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