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3

예전에 비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우리가 살고 있는 방은 무척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그 집과 방이 계속 좁다고 느껴지고, 계속 좀 더 늘리길 원합니다. 사실 그 이유는 우리가 지고 다니는 여러 가지 짐들이 늘어난 때문입니다. 침대, 책상, 소파 등등 비대해진 가구들과 가전제품들, 평생 안고 다니는 여러 가지 집에 대한 공연한 강박들이 우리의 집을 키우고 더불어 우리의 근심도 키워낸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강박 속에서 살아왔던가요. 사회 속에서, 관계 속에서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약간의 일탈도 허용하지 않는 강박들 때문에 우리는 결국 시키는 대로 생각하고, 걷고, 뛰고, 자고, 생활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특히 집에 대해서는, 일정한 나이에 일정한 크기의 일정한 형식의 집에 살아야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는 삶으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그런 강박에서 벗어남을 의미하는, 혹은 자신만의 공간으로서 작은 집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의식의 전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작은 집이란 단순히 규모가 작은 집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지이며, 자기의 완성이라는 의미가 더욱 깊이 배어 있습니다.
집을 통해 자기가 완성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자신의 몸을 스스로 거울에 비쳐보지 않은 채, 남들이 나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로, 혹은 남들의 몸을 보고 자신의 몸으로 착각하여 지은 집에서 살아왔습니다. 이제야말로,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임형남+노은주, <사람을 살리는 집> 75-76쪽, 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