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7

어린 왕자

'어린 왕자'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사막과 우물로 표상되어 있다. 삶은 권위와 계산과 술주정과 반복의 연속이다. 그것은 사막과 같이 메마른 어떤 것이다. 그러나 그 사막은 그것이 메마르기 때문에 더욱 귀중하다. 그것은 우물의 존재를 더욱 신비화시켜줄 수 있다. 우물은 구원이다. 메마른 삶속에 우물로서 표현되는 어떤 것이 있기 때문에, 메마른 삶은 더욱 가치 있다. '어린 왕자'의 표현을 빌리면,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삶의 우물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가 "길들인" 어떤 것이다. 살아가면서 자기의 삶의 한 부분을 이루도록 길들인 어떤 것은 한 삶의 우물을 이룬다. 그렇다면 길들인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자기의 삶과 생존에 아무런 관련도 없던 것을 자기 삶의 반경 속에 끌어넣어서 자기의 삶의 일부분으로 만든다는 것, 그것이 길들인다는 행위이다. 가령 사랑이라는 것과 비슷한 행위이다. 자기 밖에 존재하는 숱한 대상 가운데서 자기와 관련을 맺을 수 있는 어떤 것을 선택하여 그것을 길들인다는 것은 한 삶의 총체이다. 한 인간의 삶은 그가 길들인 것의 총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삶은 그가 길들였다는 의미에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사막과 우물이라는 명제를 보다 산문적인 것으로 바꾼다면 현실과 환상이라는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현실과 이상, 풍속과 신화 등으로 번안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삶의 건조성, 객관적 현실로서의 삶의 메마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자기 삶의 반경 속에 끌어넣어 길들이는 행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 행위를 통하여 무의미한 사건, 대상들은 빛나는 의미체로 변모한다.  
 
_김현, <어린 왕자> 139~141쪽, '옮긴이 해설',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