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표현을 홍상수는 카메라 앵글의 차이로 보여주는 듯싶더니, 대화의 오묘한 뉘앙스 차이로 비틀다가, 술 한잔 들이키고는 그래, 술에 취하기라도 한 듯 작심하고 뒤흔들어버린다. 어쩌면 우리가 떠올리게 되는 과거의 기억이라는 속성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관계에서 비롯되는 사적 감정이 녹아들면 더욱 그러할 수도.
그리고 그 내부에 가득 차 있는 대화나 내용은 그가 말하듯 상투적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유머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북촌방향>에서처럼 눈(雪)도 있다. 그래서 2부의 차분한 끝은 마치 옴니버스 영화의 전혀 다른 결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받아들이는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열림의 가능성이야말로 홍상수가 보여주는 영화적 수사(修辭)의 가장 매력적인 지점이기도 하다. 어떤 단정적 해석도 허용되지 않아 보이는 수많은 가지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한 나무에 걸쳐 있다. 결국, 홍상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씨네큐브, 2015. 10.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