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아주 먼 옛날에 어부들이 바다 깊은 곳에서 유리병을 낚아 올렸어요. 그 병에는 종이 쪽지가 들어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었답니다:
"사람들이여, 나 좀 구해주세요! 나 여기 있어요. 대양이 나를 파도에 싣고서 무인도에 갖다 버렸답니다. 모래사장에 나와 도움을 기다리고 있어요. 서둘러주세요. 나 여기 있을게요."
"이 쪽지에는 날짜가 누락되어 있군. 틀림없이 이미 늦었을 거야. 유리병이 얼마나 오랫동안 바다를 떠다녔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첫번째 어부가 말했습니다.
"게다가 장소도 적혀 있질 않군. 대양이 한둘도 아니고, 어디를 말하는지 통 알 수 없잖아."
두번째 어부가 말했습니다.
"늦은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것도 아니야. '여기'라는 섬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이니까."
세번째 어부가 말했습니다.
불현듯 어색한 분위기와 함께 침묵이 흘렀습니다. 보편적인 진실이란 원래 그런 법, 생각하기 나름이니까요.
_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최성은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