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사우나 대신 드라이브를 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영하의 아침. 창밖으로 여명이 가시기 시작했고, 여전히 달은 제 빛을 뽐내고 있었다. 우린 나섰다. 영하 십일도.
어제 영춘에서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다시 영춘행. 옆구리에 붙어 세월을 흐르는 남한강은 얼어붙은 듯 보였다. 단양읍내에서 영춘까지는 넉넉잡아 삽십분. 문이 굳게 닫힌 영춘향교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북벽으로 갔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름들이 각자 내력이 있거나 이유가 있듯 북벽 또한 그랬다. 그 이름 그대로, 북벽은 낯선 이도 낯설어 하지 않도록 지어진 순수한 이름이었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마주보고 있는 북벽은 그 사이로 남한강물을 느릿하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표면에는 은은한 물안개가 방랑하고 있었고, 물가 깊이가 옅은 곳은 적당히 얼어붙어 있었다. 영하 삽십도. 손이 시리고 추웠지만, 북벽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좋았다. 저 깊은 산 너머에서는 아침 해가 부지런히, 강원의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럴수록, 물안개와 얼어붙은 강물과 함께 고정된 북벽은 더욱 신비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단양읍내로 돌아가는 길에, 다리를 건너기 전 오른편 오르막으로 난 길이 있었다. 그래, 영춘은 원래 굽어지는 남한강으로 인해 일종의 고립된 섬 같은 곳이었다. 그런 곳이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두 개 생기면서 도로가 마을을 관통하게 되었다. 그러니 다리를 건너지 않고 빠지게 되는 오르막은 옛길인 셈이다. 그 길로 올라섰다. 이제 막 해가 제 빛을 활기차게 드러내고 있었다. 아, 그곳에서의 발길은 얼마나 무거웠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