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재난 용어와 참담한 숫자를 전달하는 게 그의 일이었지만, 경우에 따라선 유머와 위트를 곧잘 구사하곤 했다고 한다. 2017년 어느 기자회견 도중 그는 '산사태로 기울어진 전신주 사진'도 함께 주목해달라고 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 무렵 비리에 연루돼 조사를 받던 한 정치인이 운전 도중 전신주를 들이받은 사건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거였다. 회견 직후 트위터에는 전신주를 지키자는 뜻의 '#SaveTiangListrik'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욕타임즈> 기자에게는 "트럼프의 가짜 뉴스와 달리 나는 진짜만 제공한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는 SNS를 통해 재난 소식과 안전 홍보 메시지뿐 아니라 일상적인 풍경 사진과 재미있는 사연, 직접 촬영한 재해 관련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언젠가 그는 "재해와 재난 정보도 사람의 이야기임을 여기와서 알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결국엔 상실과 치유에 관여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추상적인 미덕일수록 부풀려 표현하기 쉽고, 부풀린 표현은 말의 값어치를 떨어뜨리지만, 그는 정확하고 신속하고 정직한 공보관이면서 따뜻한 공보관이기도 했다. 정작 그는 "따분한 뉴스만 전하면 나부터도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89-290)
최윤필의 <가만한 당신> 시리즈는 시중에 세 권 나와 있는데, '가만히'가 아닌 '가만한'에 한동안 눈길이 가는 제목이다. 내가 그의 글을 처음 언제 읽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는 한국일보 기자다. 같은 제목의 '부고기사'도 쓰고 '기억할 오늘'이라는 아주 짧은 것도 쓴다. '부고기사' 말 그대로 죽은 자에 관한 것인데, 여느 부고와 달리 그의 부고는 죽음과 장례식장 정보에 그치지 않는다.
우선 부고 대상이 아주 유명해서 누구나 다 아는 사람은 아닌 경우가 많지만 나름의 유명세를 가지면서 우리에게 전해질 만한 따뜻하고 '소수'적인 이야기를 가진 이라는 점이 인상적이고, 무엇보다 그 이야기 하나 하나가 다채로우면서도 눈물이 날 만큼 '좋다'.
따스하면서도 새로운 시선, 여기에 뒤쳐지지 않는 글솜씨. 요 며칠 책에 실린 30인의 부고 기사를 읽는 데 출퇴근 시간을 할애하며,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