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나서 주미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최악을 상상하며 얼마나 쓸데없이 인생을 낭비하며 살고 있는지 마침내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어떤 얼굴로 다가올지 짐작할 수조차 없는 미래와 끝에 대해서 대비할 능력이 마치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헛되게 믿으면서. 그렇게 말한 후 우리는 주미의 이제 일곱 살이 된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한없이 잔혹한 인생이 얼마나 변덕스러운 방식으로 우리에게 또다시 기쁨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조금 더 말했다. 이미 다 환해졌다고 생각한 연노란색 하늘과 부드러운 윤곽을 지닌 산등성이가 맞닿은 부분을 따라 아주 가느다란 선이 생기고 그것을 우리가 발견할 때까지. (245)
아침, 출근길. 혼잡한 버스에 운이 좋게 난 자리에 앉아 루틴 대신 백수린의 책을 꺼내들었다. 버스에는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그에 힘입어 책 속 인물들의 감정에 빠져든다. 백수린이 펼쳐내는 사소한 일상과 에피소드 들이 마음에 속속 와닿을 때마다 놀라며 감동한다.
또래, 여성, 작가 들의 작품이 무수히 흩어져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