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만을 들여다보는 동안 내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그걸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삶이 나를 완전히 삼켜,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하나도 중요하지가 않았다. 사람을 볼 때도 나에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뉘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내 삶에 거리를 둘 수 있었고 그제야 타인과 세상이, 무엇보다 내가 더 잘 보였다. 삶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고 그 너머를 보려는 노력과 삶을 더 잘 살기 위함, 그게 바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임을 깨달았다. (255-256)
옐로나이프와 시애틀 여행을 목전에 두고, 지난 주말 빌린 책을 보고 있다. 론리플래닛이 아닌 동네 서점을 다룬 책이라니.
누군가를 매우 싫어하게 되었는데 그 사람을 매일 봐야 한다면,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며칠을 방황하면서 든 생각은 여느 때처럼 읽기와 쓰기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나에게 읽기란, 쓰기란, 무엇인가.
미국은 20년 만에 다시 가게 되었는데 마침 발효된 관세 탓에 환율은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라고, 점심을 먹으며 본 뉴스 채널에 나오고 있었다.
이 와중에 미국이라니, 트럼프의 미국이라니.
하지만, 잘 모르겠지만, 시애틀은 조금 구미가 당긴다.
너바나, 지미 핸드릭스, 아마존, 코스트코, MS, 보잉, 램 콜하스의 도서관, 프랭크 개리의 뮤지엄... 이런 것들보다 흥미로운 건 도시가 형성된 자연(빙하)의 힘과 도시를 둘러싼 자연 그 자체 때문에.
우리 여정은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저 대자연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