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10

가장자리

홍세화 선생이 편집인으로 있는 <말과활>을 발행하는 학습 공동체이자 협동조합 <가장자리>에 조합원 가입을 했다. 예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일이었는데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가 드디어 가입신청서를 제출하고 출자금을 납부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여 각종 모임이나 <가장자리>가 추구하는 것들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앞으로 조합원으로서의 시각으로 <가장자리>를 주시하고 기회가 되는 대로 활동에 참여하며 지켜볼 일이다. 
사무실에 두고 읽는 책이 몇 권 있는데, 요즘은 화장실에 갈 때면 꼭 홍세화 선생의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를 들고 가 한두 꼭지를 읽는다. 아무 데나 펴 읽어도 좋지만 처음부터 천천히 읽고 있다. 읽을 때마다 현실 감각을 일깨워주는 예리한 사회에 대한 시선이 생각의 영역을 확장해 다시금 우리 사회를,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촉매제로써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가장자리>를 처음 알게 된 건 이발사 윤영배 때문이었는데, 괜찮은 공동체인 걸 충분히 알면서도 가입을 미뤄왔던 건 다름 아닌 넘치는 읽을거리들 때문이었다. 특히, <말과활>과 같이 격월로 발간되는 <녹색평론>을 꼼꼼이 읽기에도 벅차하고 있고 매일 받아 보는 일간지도 허투루 읽기 투성이어서, 일간지 구독을 1년만 채우고 조합원으로 가입해 <말과활>을 읽을 생각이었다. 이런 이유가 되지 못하는 이유로 미뤘던 가입을 오늘에야 비로소 하며 다소 뿌듯한 기분이 드는 건 홍세화 선생에 대한 믿음과 드디어 뜻있는 공감의 영역에 발을 내딛었다는 출발로서의 상쾌 때문일 것이다. 
문득 <녹색평론>을 처음 만난 때가 떠오른다. 남산도서관에서였다. 한참 남산도서관에 주로 다닐 때였고, 그곳 4층의 예술분야 자료실의 너른 창을 통해 남산과 용산 일대를 바라보는 걸 좋아했었다. 그날도 도서관 자료실을 들락거리며 책을 보듬다가, 한없는 감동으로 읽은 책 <아름다운 사랑, 삶 그리고 마무리>의 역자후기에서 본 <녹색평론>에 대한 호기심으로 정기간행물실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한두 권의 간행물을 두고 읽고 있었고 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서가를 빙 둘러보며 살피다가 <녹색평론>을 발견했다. 당시 내가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분명하게 남아 있지 않고 기억도 불분명하지만 그 길로 <녹색평론> 구독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고, 올해부터는 정기구독이 아닌 후원회원으로서 작은 보탬이지만 <녹색평론>을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