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4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2021)

안다. 늘 그렇듯이 언어란 결국 모든 것을 변조해버릴 것이다. 작가는 이 점을 너무 잘 알고,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좋은 작가들이 문장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피와 땀을 흘리고, 최고의 작가들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몸이 부서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찾아낼 수 있는 진실이 있다면 거기서 찾아내게 될 거라고 믿기 때문에.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그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는 그런 작가들 - 이들만이 내가 계속 읽고 싶은 작가이고, 나를 고양시키는 작가이다. 이제 도대체 읽을 수가 없는 책들은 - (218)


에너지 소모가 심한 하루를 보내고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 안에서, 그래도 모자라 집에 도착해서 잠깐 집중해서 마저 다 읽었다. 에너지가 소진되어서일까, 책에 깊이 빠져버린 걸까. 신형철처럼 나도 연달아 또 읽어야 하는 걸까. 쓰고 싶은 말이 있기는 한 걸까. <룸 넥스트 도어>라는 영화를 봐야 하는 걸까. 

이 작가를 왜 이제 알았을까. 그 많은 질문들은 다 어디에 숨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