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0

잠 없는 밤. 벌써 사흘째나 이어지는 중이다. 잠이 쉽게 들지만, 한 시간 후쯤, 마치 머리를 잘못된 구멍에 갖다 뉜 것처럼 잠이 깨버린다. (···) 이제부터 대략 새벽 5시까지, 밤새도록, 비록 잠이 든다 해도 너무나 강력한 꿈에 사로잡힌 나머지 동시에 의식이 깨어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가 계속된다. 형식적으로야 내 육신과 나란히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이긴 하지만, 그러나 사실은 그동안 꿈으로 나 자신을 쉴 새 없이 두들겨대야만 하는 것이다. 5시 무렵, 최후의 잠 한 조각까지도 모두 소진되어 버리고 나면, 그때부터는 오직 꿈을 꿀 뿐이다. 그것은 깨어 있는 것보다 더욱 힘들다. 나는 밤새도록, 건강한 사람이라면 잠들기 직전에 잠시 느끼는 그런 혼몽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꿈들이 내 주변에 모여 있다. 그러나 나는 그 꿈들을 기억해내지 않으려 애쓴다.  
프란츠 카프카, <꿈> 27쪽, 배수아 옮김, 워크룸, 2014

잠 못 이루는 밤. 일련의 이런 밤들 가운데 벌써 세 번째 밤이다. 나는 잠은 잘 들기는 하지만 머리를 잘못된 구멍에 눕혀놓기라도 한 것처럼 한 시간 뒤에는 깨어난다. 나는 완전히 깨어나, 전혀 잠들지 않았거나 아니면 단지 선잠을 잤다는 느낌을 갖는다. 또 잠을 잘 일이 새로이 내게 놓여 있고, 잠은 나를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제부터 새벽 5시경까지 밤새 내내 자기는 잔다. 나는 자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꿈들로 동시에 깨어 있는 그런 상태에 있다. 나 스스로는 꿈들과 맞붙어 싸워야만 하는 동안 내 곁에서는 내가 모양새로는 잠을 자고 있다. 5시경에 잠의 마지막 흔적도 다 써버렸고, 나는 깨어 있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을 꿈꾸고 있을 뿐이다. 요컨데 나는 건강한 사람이 진짜 잠이 들기 전에 한순간 처해 있을 그런 상태로 밤 전체를 보내는 것이다. 내가 깨어나면 숱한 꿈들이 내 주위에 모여 있지만, 나는 이 꿈들을 곰곰이 생각지 않으려고 한다.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일기> 44-45쪽, 이유선·장혜순·오순희·목승숙 옮김, 솔출판사, 2017 

솔출판사에서 출간해온 카프카 전집이, 완간되지 못한 채 영원히 멈춰있는 듯싶더니, <카프카의 일기>와 <밀레나에게 쓴 편지>의 출간으로 드디어 완성됐다. 사실 거의 기대를 져버리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반갑다. 보통 전집이라고 하면, 디자인이나 판형을 통일하고 번역도 한두 사람이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프카 전집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막판에 나온 일기와 편지는 각각 전집 6, 8권인데 기존 판형과도 달라 책장에 나란히 꽂으면 난감할 정도로 어색하다. 물론 이런 불평조차 전집이 완간됐으니 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반대로 전집이기에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다음은 솔출판사 <카프카 전집> 목록

  1. <변신>(단편전집), 이주동 옮김, 2003(개정판, 1판은 1997)
  2. <꿈 같은 삶의 기록>(잠언과 미완성 작품집), 이주동 옮김, 2004
  3. <소송>(장편소설), 이주동 옮김, 2006
  4. <실종자>(장편소설), 한석종 옮김, 2003
  5. <성>(장편소설), 오용록 옮김, 2000
  6. <카프카의 일기>, 이유선·장혜순·오순희·목승숙 옮김, 2017
  7.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카프카의 편지 1900~1924), 서용좌 옮김, 2004
  8. <밀레나에게 쓴 편지>, 오화영 옮김, 2017
  9. <카프카의 편지>(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변난수·권세훈 옮김, 2002
  10. <카프카의 엽서>(누이에게), 편영수 옮김,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