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행복에 적당히 만족하라. 인생에서 유일하게 분명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건 불행이다."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EF가 밝히지 않았다는 데 눈길이 갈 것이다. 그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걸 돕는 데 유용한 기교였다. 출처를 밝히면 우리는 먼저 그런 말을 한 사람의 삶과 작업에 관해 우리가 아는 것, 또 일반적인 통념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에 따라 경의를 표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맞서기도 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 수업에서만이 아니라 밖에서도, 우리 자신의 격동적이고 안달 나는 삶에서도 우연이라는 요소를 고려해야 해요. 우리가 깊이 만나는 사람의 수는 이상하게도 적어요. 열정은 우리를 맹렬하게 현혹하기도 합니다. 이성도 똑같이 현혹할 수 있죠. 우리의 유전적 유산이 우리 오금줄을 쥐고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어요. 우리 삶에서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이 그럴 수도 있고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생하는 사람은 야전의 병사들만이 아니에요. 그런 장애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월하(月下)의 삶의 불가피한 결과인 경우도 많죠." (31-33)
아포리즘에 현혹될 나이는 지났지만 EF의 말과 행동은 땅에 닿는 면이 많아서, 그런 듯해서, 자꾸 눈길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