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5

몸의 반응에 순응하며 사는 것, 서른 중반을 지나 그것을 실감하며 그럴 때마다 나의 의지 없음을 탓하는 통시에 다니엘 페낙의 훌륭한 소설 <몸의 일기>(조현실 옮김, 문학과지성사)를 생각하게 된다. 나도 그렇게 진솔하게, 내가 내 몸을 느끼듯 쓸 수 있다면. 쓰기의 진실이란 사실 거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온몸이 반응하는 그대로 써내려 가는 그것, 말이다.

몸이 역사다. 역사는 흘러온 것이 아니다. 문제제기 될 뿐이다. 나폴레옹은 이집트 침략에서 돌아올 때 사랑하는 조제핀에게 편지를 보낸다. "곧 도착할 테니 씻지 말고 기다리시오." 냄새를 제칠 만큼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원래 후각은 근대에 와서 가장 억압당한 감각이다. 나폴레옹 시대에는 목욕, 위생, 소독이 대중화되기 전이었다. 
정희진의 어떤 메모, 한겨레신문

내일은 오랜만에 '광장'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