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2

왜 뇌가 피로해지는 것일까? 뇌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뇌의 구피질과 신피질의 알력과 갈등이 주원인이다. 인간의 뇌는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뇌간이다. 뇌간은 호흡, 심장 박동, 혈압 조절, 체온 조절 등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2층은 대뇌변연계로 감정을 다스리고, 식욕, 성욕 등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본능을 주관한다. 기억도 변연계에 있는 해마의 역할이다. 맨 위 3층은 대뇌신피질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감정과 충동을 조절한다. 동물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뇌로, 이것이 있어 인간이 고도의 정신 기능과 창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뇌의 피로를 이해하려면 뇌를 3층 구조가 아닌 3층의 신피질, 2층의 변연계와 1층의 뇌간을 합친 구피질로 구분하는 것이 편하다. 신피질이 지적 중추로 의지, 의욕, 판단을 담당하는 '인간의 뇌'라면 구피질은 생명 중추로 감정과 본능을 주관하는 '동물 뇌'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다.
인간 뇌와 동물 뇌는 서로 협조하기도 하지만 서로 반발하는 경우도 많다. 아침에 구피질은 "조금만 더 자자."고 유혹하는 반면 신피질은 "안 돼.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지각이야."라며 맞선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부당한 대우나 질책을 받으면 구피질은 "당장 사표를 던져. 일할 데가 여기뿐이야."라며 화를 내지만 신피질은 감정을 추스르고 계속 회사에서 일하라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현대인은 끊임없이 구피질의 유혹을 신피질의 이성으로 제어하면서 산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 너무 피로해 쉬자는 구피질의 당연한 요구를 무시할 때도 많다. 평소에는 신피질이 구피질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신피질과 구피질의 충돌로 뇌에 피로가 쌓이고 쌓여 그로기 상태가 되면 구피질은 더 이상 신피질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구피질의 역할은 생명을 지키는 것이어서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신피질이 아무리 사정을 해도 듣지 않는다.

이시형.김준성, <의사가 권하고 건축가가 짓다> 60-61쪽, 한빛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