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0

웨노의 추억

창간호부터 한 호도 빼놓지 않고 보고 있는 잡지가 있다.

I'm in island now!!
real JEJU iiin 

저녁을 먹는 식탁에서 잡지를 보던 無가 어떤 페이지를 슬쩍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 페이지엔 한눈에 보아도 어딘지 알 법한 장소가 투명하게 실려있었다.




마이크로네시아 축(Micronesia Chuuk Lagoon)이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남자에게 예기치 않게 '사건'이 찾아왔다. 1990년대 즈음, 우리 나라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상은 돈이면 다 되는, 그것이 전부인 곳이 되고 말았다. 그런 세상이 싫었던 남자는 갑자기 태평양 위의 외딴섬으로 도망쳤다. 이름마저 생소한 '추크 섬'이 그가 떠나온 곳이었다. 무척 낯선 곳이었고,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그에게는 단지 현실에서 도망쳐 나올, 그 현실과는 몹시 다른 먼 곳이 필요했다. 단순한 도피처에 불과했던 추크 섬에서의 생활은 올해로 벌써 20년을 채웠다. 괌을 통해서만 당도할 수 있는 오지의 섬, 추크는 이제 그의 삶 전부가 되었다. 원주민을 만나 결혼도 하였고, 아이를 둔 어엿한 가장도 되었다. 섬의 일상은 여느 곳과 다르지 않다. 아침이면 출근할 채비를 하고, 퇴근을 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오후 4시 즈음이면 일과를 마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공허한 시간이 일찍 시작된다. 전지 시설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서 밤이 찾아오면, 칠흑 같은 어둠을 깨뜨릴 수 있는 어떠한 것도 없다. 그저 해와 달이 이끄는 자연의 시간에 몸을 맡긴다. 캄캄하고 조용한 밤마다 그의 머릿속에선 온갖 생각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생각의 꼬리잡기는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했고, 책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iiin 2016, Summer>, '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

'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
잡지에 실린 인터뷰의 주인공이 이병률과 김훈의 제안으로 쓰게 되었다는 책의 제목이다.

글을 읽으며 놀란 동시에 어렴풋하게 드는 짐작(?)이 있었다.

혹시 웨노에서 우릴 픽업하고 안내해 주셨던 그분이 아닐까? 

오늘 아침에는 無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인간극장에 그가 나온다고. 無는 그분이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확인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그래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서재에 올라와 본격적으로 기억과 기록을 뒤졌다.

웨노에 가기 전, 결국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닿은 현지 연구소 대장님께서 우리가 블루라군에 묵고 있을 때 메시지를 보내 오사쿠라섬에서의 바비큐 파티에 초대를 해 주셨는데 그때 메시지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토요일 8시경 블루라군 로비 입구에 기다리시면 직원 xxx선생이 픽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