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8

돈암에 산다

동네를 기록하기 위해 필요하거나 준비해야 할 건 따로 있지 않다. 그저 무엇을 적을까에 대한 선택의 문제만 남을 뿐. 
이 동네에 산 지 벌써 햇수로 7년째. 근처 정릉에 산 시절을 포함하면 나의 서울생활 12년 중 대부분을 이 근방에서 산 셈이다. 그리고 지나온 시절만큼 나는 이 동네에 적응하게 되었고 딱 그만큼, 늘지도 줄지도 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그 말은 ‘익숙함'이란 말로 대신해도 무방할 것이다. 
돈암이란 지역이 내게 익숙함으로 다가온 건 어쩌면 아버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이모 가족, 그러니까 나의 할머니의 언니 가족이 돈암에 오래 거주하셨다고 했다. 마당이 딸린 한옥에서 오래 사셨다고 했는데 사업의 실패였나, 어떤 이유로 집과 가지고 계시던 건물을 몽땅 팔고는 지금의 녹번동으로 이사를 하셨다고 한다. 그 집이 참 좋았는데, 하시면서 아버지는 꽤 자주 아쉽다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었다. 아버지의 기억은 한참 젊었던 시절로 돌아간다. 당시 공부를 곧잘 했던 삼촌들이 서울에서 학교 생활을 할 때 그 집에 거주를 했었는데 맏형인 아버지께서 종종 서울에 와 삼촌들 뒷바라지를 하시곤 했다.
누나와 함께 정릉에 살다가 내가 의정부로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좀 더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옮기고자 지금의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누나도 영등포 부근에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을 때여서 전철이 가까운 곳이 둘 모두에게 이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다가 누나가 결혼을 하면서 전세였던 집을 떠나 바로 옆동의 아파트를 구매해 이사를 했고, 매형이 지방에서 근무할 때라 굳이 집을 나갈 필요없이 나 또한 그대로 옮겨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벌써 4년이나 지나버렸다. 그리고 조카가 둘이나 생길 동안 나는 그대로, 지금의 집에, 동네에 머무르고 있다. 이제는 직장도 수원으로 다니고 있으면서, 벌써 4년에 가까운 동안, 직장 부근으로 독립을 하지 않고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냐? 이 질문을 나는 꽤나 오랫동안 받아왔다. 나를 아는 누구나, 이 점을 몹시도 궁금해 했고, 눈치없는 녀석이라느니, 괜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느니,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수식처럼 붙어다녔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왜 이곳에 머무르고 있을까?


지금의 내 방에서 보이는, 서울